尹대통령 방미 후 귀국…대북 확장 억제 첫 문서화, 반도체 공급망 협력 확대

입력 2023-04-30 17:57:40 수정 2023-04-30 20:51:14

'워싱턴 선언' 통해 안보 강화…실효적인 '핵 협의그룹' 기대
핵심·신흥기술 대화체 신설…나사와 우주탐사 협력 체결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30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서 내리며 환영객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30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서 내리며 환영객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5박 7일 간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귀국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출국 후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정상회담과 국빈 만찬,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미 국방부인 펜타곤 방문, 보스턴 하버드대 연설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의 핵심 성과를 하나만 꼽으라면 '동맹 강화'를 들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미 일정을 대부분 한미 간 동맹, 즉 안보, 첨단산업, 미래 세대 등 동맹 강화에다 조 바이든 대통령 및 미 상·하원 의원 등과의 친분을 더욱 돈독히 하는데 힘을 쏟았다.

◆안보동맹…워싱턴 선언

동맹 강화 성과 가운데 첫 손은 '워싱턴 선언'이다. 양 정상이 회담을 통해 합의한 '핵 공유' 내용을 두고 한미 간 시각·해석 차이 및 정치권 논란 등이 있지만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적극적인 확장억제 약속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제2의 한미 상호방위조약으로 일컫는 '워싱턴 선언'을 두고 윤 대통령 스스로 '업그레이드된 한미상호방 개념'으로 표현할 정도로 이번 순방의 최대 성과로 자부하고 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설에서 "과거 1953년 재래식 무기를 기본으로 한 상호방위조약에서 이제 핵이 포함된 한미상호방위 개념으로 업그레이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미 양국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북한 핵 위협에 맞서 위해 전략적 안보동맹으로서의 확장억제를 강화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워싱턴 선언'을 두고 일방적인 선언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한미 양국 공동의 정보공유, 공동의 기획, 공동의 실행 등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핵 협의그룹(NCG)이 구성됐는데, 이는 양국의 대통령실과 외교·국방·정보 당국이 함께 참여하는 실효적인 조직이라는 것이다.

이도운 대변인은 "미국이 개별 국가에 확장억제를 약속하고 특히 문서로 대외에 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방어 의지가 이보다 더 명확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핵잠수함과 핵전력을 탑재할 수 있는 전폭기 등 미국의 핵 전략 자산들이 정기적으로 한반도에 전개되면서 워싱턴 선언의 실효성이 더욱 커지는 효과를 갖게 됐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한미 정상 차원에서 한미 확장억제 운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공동합의문을 최초로 채택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이는 확장억제에 대한 양국 최고 리더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첨단기술동맹…공급망·과학기술

이번 미국 방문의 두 번째 성과는 첨단 과학기술 분야와 관련한 공급망 협력이라고 할 수 있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디지털 바이오 등 기존의 첨단산업의 소재·부품·장비 등 공급망 협력에 더해 이번 방문을 통해 한미 간에 경제산업 협력이 우주·사이버·AI(인공지능)·퀀텀(양자 분야)까지 대폭 확대됐다.

첨단기술동맹엔 공급망동맹과 첨단과학기술동맹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공급망의 대표적인 동맹이 프렌드 쇼어링이다. 미국은 원천기술과 설계 강국이고, 우리나라는 첨단 제조 강국인 만큼 양국의 강점을 바탕으로 반도체, 이차전지, 전기차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정부 간 또는 민간 간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첨단과학기술동맹은 한국과 미국이 퀀텀(양자), 우주 등 게임체인저 기술을 바탕으로 한 미래의 공동 설계자임을 확인하고, 미래의 가치 창출을 위해 함께 선제적·전략적으로 투자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양국의 부처·기관·민간 간의 여러 합의가 발표됐다. 먼저 한국의 국가안보실장과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주도하는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체가 신설됐는데, 양국 간 첨단 기술 분야 협력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또 세계가 미래 핵심 전략 기술로 주목하는 퀀텀(Quantum)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양자 과학기술 협력 공동성명과 우주 분야에서 양국 간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도출하고 이행해 나가기 위한 우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나사(NASA) 간의 우주탐사 협력 공동성명도 체결됐다.

◆청년세대교류 강화…양 정상 친분 쌓아

이번 순방의 또 다른 성과 중 하나는 동맹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청년 세대 교류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상호 간 장학금 프로그램 확대, 비자 면제 프로그램 연장 등 청년 간 교류가 확대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들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양국 청년을 포함한 국민 간의 문화교류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래세대, 기업인, 투자가, 교육인 등 양국 국민들이 보다 쉽게 접촉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인적교류를 위한 제도적 기반도 확충하기로 했다.

'한미 청년 특별교류 이니셔티브'를 출범,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각 2,023명의 이공계(STEM) 및 인문·사회 분야 청년들 간 교류를 위해 양국이 총 6천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200명의 학생들을 지원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풀브라이트 장학사업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또, 미국에서 18개월 동안 일하면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한미 대학생 연수프로그램(WEST)' 수혜 학생 규모도 현재의 연간 2천명에서 2천500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동안 5차례나 만나서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백악관 관저 초청, 한국전 참전 기념비 방문, 공식 환영식, 한미 정상회담, 국빈 만찬 등 워싱턴D.C.에 체류하는 동안 거의 매일 같이 만나서 친교를 이어갔다.

특히 국빈 만찬 땐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으로 학창시절 애창곡으로 알려진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무대에 올라 열창하고 맥클린 친필 사인이 담긴 기타를 선물받는 등 인간적인 우정을 쌓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야구를 좋아하는 점을 감안,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 로고가 박혀있는 대형 액자에 배트와 야구 글로브, 야구공으로 구성된 빈티지 야구 수집품을 선물하기도 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은 가치 동맹의 주춧돌 위에 5개 분야의 동맹, 즉 안보동맹, 경제동맹, 기술동맹, 문화동맹, 정보동맹의 다섯 개 기둥이 자리잡았다"며 "이들 다섯 개 분야의 협력이 확대되고, 상호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미래로 전진하는 행동하는 한미동맹이 잘 구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도운 대변인은 "이번 국빈 방문의 성과는 한미 양국의 양자 관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위해 두 나라가 국제무대에서 공동 리더십을 추구하는 단계로 동맹이 격상됐음을 확인하는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 출발에 앞서 공군 1호기 기내를 돌며 동행 기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 출발에 앞서 공군 1호기 기내를 돌며 동행 기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편, 윤 대통령은 30일 귀국하는 전용기인 공군 1호기 안에서 동승한 기자단 공간으로 와서 한 명 한 명 악수하며 '수고했다'고 인사했다. 김건희 여사도 윤 대통령과 함께 와서 인사하다 기자들의 요청에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