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대통령실로부터 민노총 막아달라 전화받았다"…국힘 "전혀 사실무근"

입력 2023-04-29 17:47:09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7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7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광훈 사랑제일목사가 대통령실로부터 '민주노총 세력을 막아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국민의힘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 목사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민주주의 훼손이자 국정농단이라며 공세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전광훈 목사가 주장한 바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언제부터 민주당이 그렇게 전 목사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만큼 열성팬이었느냐"고 말했다.

앞서 전광훈 목사는 지난 25일 한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영상에서 "오늘 아침 일찍 청와대 대통령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대통령이 미국을 가는데 '목사가 반드시 저 민노총 세력을 막아달라. 노동절날 저 반국가행위를 목사 외에는 막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내가 '걱정하지 말고 미국 잘 다녀오라. 반드시 대한민국은 우리가 지켜낼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덧붙였다. 전 목사의 이 발언은 유튜브 영상에서 영어로 동시통역까지 이뤄졌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현안 브리핑에서 "전광훈 목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민주주의 훼손과 국정농단에 다름 아니다"며 "전 목사와 국민의힘의 밀월관계는 수 차례 드러난 바 있었지만, 대통령실이 배후에 있다면 정말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전 목사가 안하무인으로 설쳐도 국민의힘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대통령실이라는 뒷배가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실은 누가 누구의 지시에 따라 전 목사에게 전화를 했는지, 무엇을 협의하고 지시했는지 국민 앞에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강 수석대변인은 "언제는 전 목사의 이야기는 들을 가치도 없는 것처럼 사회악으로 치부하더니, 또 이럴 때는 전 목사의 주장을 믿으며 정부 공격에 이용하는 민주당의 취사선택이 놀라울 따름"이라며 "희대의 가짜뉴스로 기억될 '청담동 술자리' 가짜뉴스 사건을 통해서도 배운 게 아무 것도 없느냐"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서는 향후 대통령실의 대응 여부와 수위에 주목하고 있다. 전 목사의 주장이 허위라면 고소·고발 등 법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대통령실 홍보 관련 상당수 인력이 방미 중에 있기 때문에 대처가 좀 늦을 수는 있겠는데, 저런 얘기를 사실이라고 믿는 분이 몇 분이나 있겠느냐"며 "대통령실 어디에 속한 직원이 특정 목사에게 '민노총을 막아달라'는 전화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전혀 사실무근인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딜레마가 있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또 이 목사가 뭐라고 나오면서 진실게임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며 "전광훈이라는 분의 이름을 자꾸 얘기하는 순간, 이분의 존재가 자꾸 커지고 보도가 자꾸 나오게 되는 부작용이 있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