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 받은 앱 '틱톡', 10대 마음 강타
어떤 행위 실천하고 영상으로 올리는 각종 '챌린지' 유행
위험하고 선정적인 것도 많아…전문가 "가려내는 능력 길러줘야"
짧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인 '틱톡'을 중심으로 각종 '챌린지'가 1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가운데, 위험하거나 선정적인 일부 챌린지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소년들이 일탈을 부추기거나 가학적인 챌린지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면서 갈수록 자극적인 콘텐츠를 추구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친구, 동료 집단, 연예인 등과 동일시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는 청소년기의 특성상 위험한 챌린지를 그대로 모방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어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그들의 '챌린지' 문화
대구 수성구 한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신모(13) 양은 최근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낀 일을 계기로 '틱톡'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했다.
지난달 신 양은 집 근처 놀이터에서 반 친구들이 호루라기 소리를 곁들인 팝송에 맞춰 춤추는 모습을 봤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영상을 찍으며 한창 깔깔거리는 친구들. 다가가서 뭐 하냐고 물으니 '수아 챌린지 중'이라고 대답했다.
신 양은 "왜 그 챌린지를 '수아 챌린지'라고 하는지, 여기서 말하는 '수아'는 누구인지 더 묻고 싶었지만 친구들이 바보 취급할까 봐 알고 있는 척을 하면서 지켜봤다"며 "그동안 스마트폰 저장 공간이 부족해서 틱톡을 다운로드하지 않았었는데, 그날의 충격으로 다른 앱을 몇 개 지운 뒤 틱톡을 깔았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떤 행위를 하면서 영상을 찍어 올리는 '챌린지'는 최근 청소년 사이에선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챌린지'(Challenge)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지목을 받았을 때 할 수도 있고, 지목받지 않았더라도 자발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루게릭병 환자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취지로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동영상을 올리는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대표적인 챌린지로 알려져 있다.
챌린지 영상을 올리는 데 최적화된 틱톡에서는 공부 시간을 인증하는 '공부 챌린지'에서부터 가수 지코의 노래 '새삥'에 맞춰 춤추는 영상을 올리는 '새삥 챌린지'까지 수많은 챌린지가 10대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새삥챌린지'와 같은 방식으로 해시태그(#)를 통해 공유된다.
고등학교 1학년 이모(17) 양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틱톡을 이용해왔고 체감상 반 친구 절반 이상은 틱톡을 하는 것 같다"며 "보통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누가 '얘들아 틱톡 찍자'고 하면 학교 옥상이나 계단 같은 곳에 몰려가서 주로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 노래 챌린지를 찍는다"고 했다.


◆얼굴에 상처 내고, 매운 껌 씹고…위험천만 챌린지도
평범한 챌린지는 청소년이 자신의 개성과 소질을 드러내거나 우정을 돈독히 하는 수단이 된다. 문제는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등 부작용이 잇따르는 위험하고 선정적인 챌린지도 함께 유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세계적으로 기절할 때까지 목을 조르거나 가슴을 압박하는 '기절 챌린지', 환각 효과를 얻기 위해 항히스타민제를 다량으로 먹는 '베나드릴 챌린지' 등이 심각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는 '베나드릴(Benadryl) 챌린지'를 따라한 10대 소년이 사망해 충격을 안겼다.
최근 미국에서는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현대·기아차를 훔치는 챌린지까지 유행하고 있다. 과거 생산된 현대·기아차 일부 모델에서 도난 방지용 시동 제어장치가 없다는 점다는 점에 착안해 차량을 훔치는 방법이 틱톡에 공유된 것이다.
이탈리아 10대들 사이에서는 광대뼈 부분을 세게 꼬집어 일부러 얼굴에 상처를 만드는 '프렌치(French) 흉터 챌린지'가 유행해 지난달 21일 이탈리아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그런가 하면 미국 매사추세츠주 10대들 사이에선 삼양의 불닭볶음면보다 3천630배 맵다고 알려진 껌인 '트러블 버블'(Trouble Bubble)을 씹고 풍선 부는 모습을 촬영하는 '핫 껌(hot gum)'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일 현지 초등학교 학생 12명이 이 껌을 나눠 먹은 뒤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에 실려갔다.
최근 국내에선 밤에 오토바이 라이트를 켜고 그 앞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원영이형 챌린지'도 등장했다. 챌린지 영상엔 버젓이 '#폭주족', '#공동위험행위' 등의 해시태그가 달려있었다.
중학교 3학년 A군은 "최근 친구들이 눈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린 뒤 불을 붙이는 '불 하트 챌린지'를 하는 걸 구경한 적이 있다. 바닥에서는 많이 하니까 어떤 애들은 좀 더 튀게 벽면에 대고 하기도 한다"며 "위험하다는 걸 알기는 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보면 반응이 좋고 큰 관심을 보이니깐 '한 번 정도 해볼까?'라는 생각에 따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밀크 챌린지', 헐렁한 옷을 입고 있다가 옷을 당겨 몸매를 부각한 뒤 춤을 추는 '힘숨찐 챌린지' 등 선정적인 챌린지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선정적 챌린지 이름을 틱톡에 검색하면 '#07(07년생)', '고딩' 등 미성년자를 나타내는 연관 검색어가 자동으로 뜬다.

◆대체 왜들 이러나… "소외 공포·인정욕구 충족"
전문가들은 10대들이 무리해서라도 위험하거나 선정적인 챌린지를 하는 이유에 대해 또래집단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을 피하고, 인정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정체성 확립을 위해 가족, 부모, 기성세대보다는 연예인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이는 챌린지 등의 '모방 행동'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현재 대구아동청소년심리발달센터 부원장은 "집단에 속하면서 사회화를 배우는 첫 단계인 아동·청소년 시기에 강한 소속감을 드러낼 수 있는 유행은 큰 힘을 가진다. 특히 아동·청소년기는 사회화 범위가 좁기 때문에 유행으로 인한 안도감과 소속감에 더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유행에 동조하는 현상을 보이는 것은 청소년 시기의 특성상 당연한 흐름이고 이것 자체가 사회 문제를 일으킨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유행에 편승하는 효과의 힘이 역기능으로 흘러갈 때 문제가 된다"며 "아동·청소년기에는 잘못된 현상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과 다르게 보이는 것을 기피하고, 역기능적인 유행에 집착하게 되는 성향을 강하게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부모나 선생님이 무조건적으로 본인의 가치관을 수용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아동, 청소년들의 각 개성을 인정해 주고 존중해 준다면 점차 자신의 모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챌린지, 즉 '따라 하기' 행위나 'SNS' 안에 내포된 폭력성과 위험성을 가려내는 능력을 청소년에게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미송 대구한의대 청소년학 박사는 "위험 행동을 전달하는 매체가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는 것은 본질이 아니라고 본다"며 "청소년들에게 익숙한 공간이 SNS일 뿐이며, (위험하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청소년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인 온라인 방송이나 일부 매체 등의 폭력성은 상당히 문제가 될 정도이지만 그렇다고 언론이나 미디어를 통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방법은 외부의 환경이나 자극보다는 청소년들의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며 "무엇이든 자주 접하고 익숙해지다 보면 감각은 무뎌지게 마련이다. 위험한 행동, 폭력성, 강제성 등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져 결국 더욱 자극적이고 위험한 콘텐츠를 추구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한다"고 덧붙였다.
최 박사는 "학업에 매진하느라 바쁜 청소년들이 자신만의 독특성을 인식하고 존중받는 경험을 하도록 지금보다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맺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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