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대구 다녀갔지만…투기세력 표적 '공공임대주택' 피해 여전

입력 2023-04-27 10:40:01 수정 2023-04-27 21:32:32

건설사가 부도로 임차인이 공용관리비 대납
각종 법적 다툼으로 임차인들은 소유권 이전도 어려워
국토부 "임차인들 소송 시 필요한 사항 돕겠다"

지난달 20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달성군 공공임대주택에서 간담회를 열고 임차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윤수진 기자
지난달 20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달성군 공공임대주택에서 간담회를 열고 임차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윤수진 기자

부동산 투기 세력의 표적이 된 공공임대주택(매일신문 2월 7일·26일·28일·3월 5일‧13일‧19일‧20일‧28일‧4월 13일‧17일)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무색해지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구 달성군 공공임대주택 2곳을 방문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정부 부처와 관련 기관들이 '노력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가운데 임차인들은 각종 소송에 내몰려 소유권 이전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26일 찾은 유가읍의 908가구 규모 공공임대주택은 얼마 전 내린 비로 지하 주차장에 물이 흥건했다. 바닥은 갈라져서 그 위에 비닐을 덮어 사용하고 있었고, 엘리베이터도 고층으로 가면 심하게 흔들렸다. 올해 1월 건설사가 부도 처리되면서 공용관리비를 납부하지 못해 하자보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822억원에 달하는 임차인의 보증금도 증발했다.

이곳과 10분 거리에 있는 현풍읍 공공임대주택(792가구 규모) 임차인들 역시 건설사가 사실상 부도 상태에 빠지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 등 공용 시설이 관리되지 않으면서 유령도시처럼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달 20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곳을 찾아 피해 주민들을 만났다. 원 장관은 "정부 차원에서 수사기관과 협의해 당연히 (불법 건설사를) 처벌해야 한다"며 "임차인들과 같은 편이 되어 이 사안에 대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임차인들은 원 장관 방문 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가읍 공공임대주택 임차인 대표 박대규 씨는 "관리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하자 보수된 게 아무것도 없고 국토부로부터 따로 연락받은 것도 없다"며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가읍 공공임대주택 임차인들은 전기료 등 공용 관리비를 부도가 난 건설사 대신 납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건설사가 공용 전기료를 내지 못해 한국전력공사가 관리비 통장을 압류하자 임차인들이 오는 5월까지 이 비용을 대납하기로 하고 압류를 풀었다. 기한이 만료되는 다음 달에도 건설사가 전기료를 부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임차인들은 또다시 울며 겨자 먹기로 대신 낼 수밖에 없다.

현풍읍 공공임대주택도 공용시설 수리 등 피해 회복에 진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임차인 대표 여창준 씨는 "장관이 다녀간 직후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화장실 타일이 깨진 가구는 수리해주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실행되고 있는 건 없다"고 한탄했다.

두 곳 모두 각종 법적 다툼으로 소유권 이전이 어려운 상황이다. 임대주택 부실은 분양전환으로 소유권을 이전해야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유가읍 공공임대주택 임차인들은 분양전환 과정에서 신탁부실로 날린 계약금과 잔금 76억을 돌려받기 위해 지난 7일 신탁사를 고소했다. 소송에서 이겨야 그나마 희망의 끈을 잡을 수 있다.

현풍읍 공공임대주택은 소유권을 되찾기 위해 17개 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사실상 부도 상태인 건설사가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리면서 각 세대에 근저당이 설정됐는데, 정상적인 소유권 이전을 위해서는 '근저당 말소 소송'을 통해 이 빚을 등기에서 지워야 한다.

임차인들이 고군분투하는 사이에도 정부는 여전히 뒷짐을 쥐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두 공공임대주택 모두 법률적 문제가 얽혀 있어서 소송이 어느 정도 정리돼야 소유권 이전이 가능하다"며 "임차인들이 소송 진행 중에 필요한 사항을 요청하면 국토부에서 관련 판례를 알아보는 등 뒷받침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