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라면 지금부터는 주택시장 동향에 민감해야 할 때입니다."
최근 대구의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유인즉 내년까지 대구에 예정된 아파트 입주 물량을 소화하고 나면 신규 아파트가 귀해져서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주택 시장에 중요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한 '금리 공포'도 사그라지면서 위축된 매수세가 살아나고 거래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판단도 함께 깔렸다.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면 전세가율(평균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떨어지면서 갭투자가 어려운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최근 3개월간 대구의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에 대한 전세가격의 비율)은 69.1%로 집계됐다. 3월 한 달치 자료만 봐도 64.9%였다. 전세가율이 높았을 때가 77% 정도였던 점을 생각하면 이 같은 시장의 변화는 투자를 목적으로 아파트를 사려는 이들에겐 달갑지 않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에겐 선택의 폭이 넓어지며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 대형 건설사의 분위기를 보면 '대구는 쳐다도 보지 마라'는 기류가 있다. 지역 주택 건설사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비주택 분야에 집중하는 흐름이다"면서 "결국 새 아파트 사업을 추진하는 건 쉽지 않고, 공급이 어느 정도 해소된 다음 신규 분양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때는 지금보다 가격 자체가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신규 공급이 '0'이 되니 구축 아파트 가격은 내려가더라도 새 아파트 가격은 일정 수준 방어가 되는 형국이 될 테다. 오히려 이럴 때가 실수요자로서는 자신이 원하는 입지에 아파트를 골라 살 수 있으니 다양한 상품을 두고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게다가 지난해 4월 이후 일곱 차례 금리를 올린 한국은행이 올 2월 동결 결정을 내리고서 지난 11일에도 연속해서 금리를 유지하자 금리 인상에 따른 불안감이 줄면서 집 구매를 미뤘던 실수요자의 수요가 다소 살아나는 흐름이다.
국토연구원이 이달 중순 발표한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서 지난달 대구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95.9로 전달보다 0.9포인트(p) 올랐다. 지난해 4월(97.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국토연구원 측에서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나온 급매물이 쌓이는 과정에서 호가가 떨어진 만큼 이제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매수 시점을 저울질하는 기류가 생겨난 것으로 해석한다.
여기에 여전히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집값 하락폭도 점차 둔화하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의 주택(아파트·단독·연립) 종합 매매가격은 1.25% 떨어졌다. 하지만 집값 하락 폭은 3개월 연속 축소됐다. 하락률도 지난해 10월(-1.02%)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특히 지난달 대구 아파트 매매가는 1.62% 하락해 ▷2월 -2.26% ▷1월 -2.51% 등 하락폭이 시간을 거듭할수록 줄었다.
대구 중구 대봉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금융 비용 부담으로 마구 던졌던 급매물이 어느 정도 소화된 분위기"라면서 "이제는 해빙기를 바라며 어느 정도 적정선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길 원하는 물량 위주로 시장에 나와있다고 보면 된다. 소비자는 '바닥'에서 사고 싶겠지만 언제가 바닥인지는 결국 시간이 지나봐야 알고, 이보다는 '무릎'에서 산다는 심정으로 지금부터 시장 흐름과 적당한 매물을 쫓아간다면 나쁜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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