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정 대덕문화전당 공연전시기획담당 주무관
늘 사용하던 것들이 어느날부터 더 이상 구매할 수 없게 단종(斷種)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필자는 화장품이든 생활용품이든 또는 단순한 소모품이든 간에 마음에 드는, 또는 나에게 딱 맞는 제품이 있으면 오랫동안 한 가지만 고집해서 사용하는 스타일이다. 이것은 아마도 늘 같은 세탁 세제만을 고집하시는 부모님께 물려받은 유전자임이 틀림없다.
40대가 되면서 소위 말하는 '라떼는'('나 때는'의 신조어) 세대가 돼가는지 기존에 쓰던 제품이 '리뉴얼'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되는 것이 달갑지 않다.
애용하던 립스틱 색상이 단종되면 나에게 맞는 새로운 색상을 찾기 위해 화장품 판매 점원에게 질문을 던져가며 이 색 저 색 테스트해봐야 하고, 내 피부에 찰떡이라 생각했던 화장품도 어느 순간 리뉴얼이란 이름으로 향과 포장이 바뀐 채 출시돼 다른 제품을 찾기 위한 긴 여정을 떠나야 했다. 정말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아빠의 새치 염색을 도와드리다가 나도 모르게 '아 이 제품 이제 단종된 것 같은데 어쩌지'라는 걱정이 들면서 새삼 빠른 세월과 세상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이토록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 내가 애용했던 제품들이 단종될 만큼 흘러간 시간이 모두 야속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 같이 구호를 외칠 때 '파이팅' 만큼이나 자주 쓰는 말이 '포에버' 일 것이다. 유한한 삶을 살고 있는 모두가 많은 단어와 이상 앞에 '영원'을 붙여가며 바라지만 비단 내 애용품의 판매 기한뿐 아니라 이 순간도, 다가올 내일에도 영원은 없다.
그렇기에 단종은 '당연(當然)'한 것이다.
일의 앞뒤 사정을 놓고 볼 때 마땅히 그러함. 또는 그런 일. 내게 선택지 없이 '당연'한 '단종'을 바라보는 필자의 감정은 슬픈 것도 화가 나는 것도 아닌 '서글픔'인 것 같다. 사전적 의미로 '쓸쓸하고 외로운 감정'.
지금 쓰고 있는 것들도 언젠가는 단종될 거란 걸 알아서, 시간은 약속한 정도(正度)를 갈 것이라서, 영원한 게 없단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그래서 서글프다.
하지만 필자가 아무리 서글퍼 한들 앞으로도 단종은 여러 방면에서 계속 생겨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세상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 당연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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