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 만들기’의 저자
한국의 좌파들은 '미국 쇠퇴론' 애호가들이다. 최근에는 '중국 부상론'과 맞물려 '미국 쇠퇴론'이 다시 인기다.
미국 쇠퇴론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소련이 1957년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지구궤도에 진입시키고 1961년에는 유리 가가린이 지구궤도를 도는 최초의 우주비행에 성공하면서 소련이 미국을 곧 추월할 것이라는 주장이 팽배한다. 1960년 미국 대선 당시 케네디 후보의 선거 구호는 '이 나라(미국)가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이었다. 케네디는 취임사에서 소련을 상대로 한 냉전을 '긴 황혼의 전쟁'으로 규정한다.
1960, 70년대의 미국은 케네디 대통령·마틴 루서 킹 목사·로버트 케네디의 암살, 인종 폭동, 스태그플레이션, 석유 파동, 월남전 패망, 워터게이트, 닉슨 대통령 사임, 이란의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 등으로 휘청거린다. 반면 소련은 '프라하의 봄' 등 동구권의 반공산주의 투쟁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브레즈네프의 철권통치하에 미국과의 핵 군비경쟁을 벌인다.
1970, 80년대에는 일본이 미국의 경쟁국으로 부상한다. 미래학자 허만 칸은 1970년 '부상하는 초국가 일본'이라는 책을, 하버드의 사회학자 에즈라 보겔은 1979년 '1등 일본: 미국이 배워야 할 교훈'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쓴다. 미국의 '포드 생산 방식' 대신 일본의 '도요타 생산 방식'이 미래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일본의 기업혼이 담겼다고 하는 17세기 일본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가 미국 경영대학원의 필독서가 된다.
1990년대에 소련과 구(舊) 동구권이 무너지고 일본이 '잃어버린 10년, 20년, 30년'의 침체기에 들어가면서 소련과 일본 부상론은 무색해진다. 그러나 2007,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리먼브라더스, 베어스턴스와 같은 미국의 초일류 금융기업들이 도산하고 GM, 포드가 정부 구제금융을 받는 사태가 벌어지자 '미국 쇠퇴론'이 또다시 발동한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의 편집장을 역임한 CNN 시사 앵커 파리드 자카리아는 2008년 '탈-미국의 세계'라는 책을, '파이낸셜타임스'의 저명한 기자 에드워드 루스는 2013년 '생각하기 시작할 때: 쇠퇴의 시대의 미국'이라는 책을, 옥스퍼드대와 하버드대 교수를 겸직하고 있던 니알 퍼거슨은 2013년 '미국은 어떻게 길을 잃었나'라는 글을 낸다. 미국 쇠퇴론이 1950, 60년대에는 '소련 부상론'과, 1970, 80년대에는 '일본 부상론'과 맞물렸다면 최근에는 '중국 부상론'과 궤를 같이한다.
미국 쇠퇴론의 진원지는 예외 없이 미국이다. 소련이, 그다음에는 일본이 미국을 초월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호들갑을 떤 것은 미국의 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이었다. 소련과 일본의 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은 미국의 미국 쇠퇴론을 곧이곧대로 들으면서 우쭐했다. 그러나 쇠퇴한 것은 소련과 일본이었다.
중국 역시 미국발 미국 쇠퇴론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 쇠퇴론'을 주장하기 시작한 중국은 2016년 트럼프 당선 이후 점점 더 목소리를 키운다. 2017년 '인민일보'는 "미국 체제의 오작동은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한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싣는다.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의회를 무력으로 점거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인민해방군의 '해방군보'는 "이 충격적인 사태는 상황이 엄중함을 보여준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적 불황으로 심각한 충격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체제와 사회도 깊은 위기를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한다.
미국 쇠퇴론자들은 삐걱거리는 민주제도, 빈부격차, 인종 갈등, 단기적인 이윤만 추구하는 주주 자본주의가 미국의 발목을 잡는다고 한다. 반면 과거 소련은 소련공산당, 일본은 통상산업성(MITI)이 대표하는 일사불란한 관료 체제 때문에 미국을 이길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의 중국은 모택동 이후 가장 강력한 1인 통치 체제를 구축한 시진핑이 확실한 비전과 강력한 힘으로 국가를 이끌기 때문에 미국을 이길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가 필히 수반하는 혼란이 '창조적 파괴'를 가능케 하는 체제의 장점이자 힘이라는 것을 모른다. 오늘의 중국공산당과 한국의 좌파가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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