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나물로 무쳐낸 ‘포항초 산채비빔밥’
6시간 준비해 2분만에 한상차림 뚝딱
바다가 유명한 포항이라지만, 특산물을 뽑을 때 꼭 빠지지 않는 것이 또 나물이다. 그중에서도 시금치는 '포항초'라는 별칭까지 붙을 정도로 귀한 음식이다. 겉모양이야 짠 바닷바람에 시달려 작은 키와 너덜너덜한 잎사귀가 볼품없어도 단단한 단맛은 미식가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하다. 2~3월 포항초의 짧은 제철이 지나면 그 빈자리는 미나리와 부추 등이 메운다. 계절과 자연을 가득 품은 제철 나물들의 맛은 어느하나 떨어지지 않고 비빔밥 속에서 조화를 이루기 마련이다.
◆꽉꽉 눌러담은 산과 들의 맛
나물을 즐기는 가장 흔한 방법이 바로 무침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이런저런 제철 나물을 섞어낸 산채비빔밥은 한국인의 소울푸드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 방방곡곡 유명한 비빔밥이지만, 내연산보경사시립공원(포항시 북구 송라면)에는 숱한 비빔밥 골목이 늘어서 있다. 이 가운데 택시기사들이 1위로 뽑은 산채비빔밥 전문식당, '진주식당' 있다.
진주식당은 즐비한 내연산보경사시립공원 식당가에서도 가장 오래된 전통을 자랑한다. 어머니에서 아들로 2대째 이어지는 맛은 손님들조차 자녀·손주까지 내려오는 오랜 단골로 만들었다.
도라지와 콩나물, 오이와 미나리, 부지깽이와 고사리 등 3가지 색깔 위에 떡하니 올려진 반숙 계란이 먹기 전부터 눈을 즐겁게 한다. 진주식당 비빔밥의 가장 큰 특징은 부지깽이 나물이다. 울릉도에서 나는 취나물을 부르는 방언이다. 거뭇하게 말린 부지깽이를 울릉도에서 직접 공수해 비빔밥에도 넣고 무침 반찬으로도 내놓는다. 알싸한 부지깽이와 포항의 산과 들에서 뜯어낸 나물 맛에 혀가 아린다면 같이 올려진 동치미나 된장국을 떠먹어 보자. 시원한 국물에 얼마든지 입맛이 되돌아온다.
한가지 팁을 말하자면, 진주식당의 비빔밥은 가급적 고추장 양념을 약하게 하는 것이 좋다. 제철 나물의 향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다. 부족한 간은 푹 익혀낸 생선 김치로 채우면 된다.
겨울철 1천포기나 되는 배추를 3주 동안 버무린 김장김치이다. 오징어, 갈치, 꽁치를 첨가해 3종류의 김치로 담근다. 각 생선마다 먹기 좋게 익는 시간이 다르기에 봄쯤 먼저 오징어 김치를 내다가 여름~가을쯤 다 떨어지면 갈치와 꽁치 김치를 내놓는 식이다. 김치만으로도 유명 맛집이 된 곳이니 계절별 다른 맛을 느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식탁 앞에 펼쳐지는 작은 뷔페
내연산보경사시립공원 식당가가 자연과 함께하는 휴양 느낌이라면, 2위로 꼽힌 포항시 남구 상도동의 '할매기사식당'은 바쁜 직장 생활 중 느끼는 작은 휴식처이다.
이름부터가 벌써 '택시기사 맛집'이라는 타이틀에 가장 어울린다. 소박한 돌담으로 꾸며진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 메뉴판을 볼 필요도 없이 인원 수만 외치면 된다. 어차피 비빔정식 딱 하나만 적혀 있는 단일메뉴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10여 개에 달하는 나물 접시와 제육볶음, 된장국이 그득 담긴 쟁반이 떡하니 차려진다. 대충 2분만에 밥 숟가락을 들 수 있는, 말 그대로 패스트푸드이다.
빨리 차려지는 음식이라고 그 노고를 무시하면 안된다. 새벽 5시부터 그날 쓸 재료들을 죽도시장에서 구입해 점심시간까지 약 6시간 동안 이것저것 만들어 낸다. 나물 하나하나 따로 데치고, 양념하는 노력이 없으면 안되는 탓이다.
할매기사식당 역시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수십년의 노하우로 무쳐낸 나물들을 뷔페처럼 비빔그릇에 원하는 양만큼 넣고 슥슥 비벼낸다. 입이 터지도록 밀어넣은 한숟가락에 오늘 하루도 살아갈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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