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시설 '거꾸리'로 사지마비 5억 배상 판결…지자체 관리 '비상'

입력 2023-04-20 17:56:52 수정 2023-04-20 21:36:52

"일부 노인들 발목 고정 안 하고 이용하기도"…"유사 사고 위험성"
지자체 "경고문·자제 권고 등이 최선"

20일 오전 대구 북구 함지산 체육공원에서 한 노인이 거꾸리를 사용하고 있다. 신중언 기자
20일 오전 대구 북구 함지산 체육공원에서 한 노인이 거꾸리를 사용하고 있다. 신중언 기자

거꾸로 매달리는 운동기구인 이른바 '거꾸리 사고'가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공원에 설치된 운동기구를 애용하는 시민들 사이에도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대구에서 거꾸리를 이용하다가 사지가 마비된 사건을 통해 각 구·군은 시민들에게 해당 기구의 위험성을 알리는 한편 이용을 자제시키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20일 오전 방문한 대구 북구 함지산 체육공원. '거꾸리' 2대에 "이용 중 발이 빠지거나 손을 놓으면 심각한 부상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유의사항이 큼지막하게 붙어있었다. 기구를 이용하는 노인들의 머리가 향하는 바닥에는 매트 같은 안전장치도 없었다.

취재진이 해당 기구를 직접 이용한 결과, 버튼으로 작동하는 전동식 거꾸리와는 많이 달랐다. 고정 장치에 발목을 고정한 뒤 등받이에 몸을 기대니 무게중심이 뒤로 확 쏠렸다. 양옆에 있는 손잡이를 이용해 조금씩 회전 반경을 조절해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팔 힘이 부족한 노약자나 처음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였다.

매일 이곳을 방문한다는 이모(75) 씨는 "이번에 알려진 사고 이외에도 이 기구를 이용하다가 다친 사람이 몇몇 있었다"며 "대부분 이용법을 모르거나 발목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은 노인들이었다. 고정 장치의 폭이 좁아 등산화를 신으면 사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대구지법은 체육공원에 설치된 거꾸리를 사용하다 사지가 마비된 A씨가 북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에게 5억8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의 향방을 가른 건 구청이 상해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수성구 만촌동의 화랑공원에서도 거꾸리 2대가 설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구 상단에는 "노약자는 보호자를 동반해 사용하시기를 바란다"는 문구를 담은 스티커가 작게 부착되어 있었을 뿐 별다른 안전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공원 관리 주체인 각 구·군도 비상이 걸렸다. 대구시내에 배치된 거꾸리는 모두 180여 개. 기구의 가격은 150~250만원선이었는데, 고가의 기구일수록 발목 고정 장치의 안전성이 높았다.

한 구청 관계자는 "부상 위험도 있고, 건강에 효과도 크지 않은 기구라 철거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노인들을 중심으로 거꾸리에 대한 수요가 크기 때문"이라며 "경고문이나 입간판 등을 통해 노약자들의 이용을 최대한 자제시키는 게 최선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거꾸리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노약자들은 가급적 이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우창훈 대구한의대 재활치료학부 교수는 "얼굴에 피가 몰려서 고혈압, 뇌혈관 질환, 빈혈, 어지럼증 등 특정 질환에 좋지 않을 수 있다. 잠금장치가 완벽하지 않을 경우엔 추락으로 인한 척추 손상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기구 조작이 서툰 어린이나 노약자 등은 가급적 거꾸리를 사용하지 말기를 권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