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5일~30일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풍경들을 바라보는 것은 즐거운 시간들이다. 버스 안이든, 카페든, 아뜰리에든. 유리창 너머의 세상은 마치 여행을 하는 것 같다. 형형색색 일상의 기억들을 내 머리 속에 담아뒀다가 하나씩 그림으로 꺼내봐야지."(정기호 작가의 작업노트 중)
뜨거운 태양 아래 활짝 핀 능소화 사이에 누가 바람개비 하나를 꽂아놨다. 장사 준비를 마치고 아침 식사를 겨우 시작한 아낙네의 모습, 겨울 강가에 비친 나목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캔버스 위에 펼쳐졌다.
정기호 작가는 그동안 무심코 봐왔던 세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매일 아침 햇볕이 잘 드는 작업실에 앉아 창 너머 바라보는 일상의 풍경은 작가가 기억하고 싶은 소중한 순간들이다. 마당을 뛰노는 강아지들을 바라보며 행복을 느끼고, 등굣길 노란색 횡단보도를 건너는 유치원생들로부터 사랑을 발견한다. 흔한 일상 풍경들이 작품 속에서는 찬란하게 빛나는 존재로 나타나게 된다.
대학에서 조경학을 전공한 작가는 졸업과 함께 포스코에 입사해 조경업무를 담당했다. 풀과 꽃, 나무와 조형물 등 인공적 배열이 주는 기하학적 패턴을 연구하며 업무에 매진했다. 육체적으로는 고단하고 힘든 작업이었지만, 자연에 몰입해 느끼는 감성적 즐거움과 행복감은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순간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시기였다.
응용미술을 부전공하며 익힌 감각으로 2016년부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는 작가는 자신의 시각으로 바라본 풍경을 그림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내면에 감춰진 자아를 조금씩 발견해나가고 있다. 그는 작업노트를 통해 "나는 내 그림과 마주할 때 가장 솔직한 나를 발견한다. 부끄럽기 그지없지만 그 부끄러움의 색이 옅어져가면서 좀 더 단단해지길 시간에 맡긴다"고 했다.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에서 오는 25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정기호 서양화전'에서는 그의 유화 작품 3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는 "작가는 점점 복잡해지고 다원화돼가는 현대사회에서 무심코 놓쳐버리는 자아의 내면을 창의적으로 재현해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아름다운 일상의 기억들이 잘 정리된 일기장처럼 정갈하게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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