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쯔양'을 협박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된 모 유튜버가 [재판소원 청구] 계획을 밝혔다. 사건을 위임받은 변호사는 "위헌적 재판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재판소원과 법왜곡죄 등 사법개혁 3법을 추진한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피해자 쯔양에게는 악몽같은 고통이 다시 시작되는 이 길을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이 깔아줬다는 게 변호사 발언의 골자다. 사법개혁 3법(1.재판소원-4심제, 2.법왜곡죄-판사, 검사, 경찰 처벌. 3.대법관 증원)이 한국사회 법치를 넘어 민주주의 토대를 근본에서부터 뒤흔들 상황에 놓였다. 히틀러 독재를 들춰보며 정치권력의 사법부 장악 위험성을 곱씹는다.
◆덴마크 코펜하겐 인어공주
안데르센의 동화로 널리 알려진 덴마크. 7월의 북유럽은 무덥지도 않고, 비도 거의 안 내리고, 하늘은 더없이 푸르르다. 코펜하겐 항 끝자락으로 걸어가면 'Den Lille Havfrue(덴 릴레 하우프루에)' 쉽게 우리말로 '인어공주'가 맞아준다. 덴마크 작가 안데르센의 동화 『작은 인어(The Little Mermaid)』에서 영감을 얻어 1913년 조각가 에릭센(Eriksen)이 빚었다. 칼스버그 맥주 창업자의 아들이 돈을 대 만든 인어의 몸은 인기 발레리나 엘렌 프리스(Ellen Price), 얼굴은 조각가 아내한테 따왔다고 한다. 길이 1.25m. 의외로 작아 첫 번째로 놀라고, 1964년부터 무려 4번이나 절단과 폭파의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에 두 번째 놀란다. 한국인을 비롯해 몰려드는 관광객 인파에 세 번째로 놀라며 코펜하겐 국립미술관으로 발길을 옮긴다.
◆코펜하겐 국립 미술관 루오의 야수 같은 [판사들]
르네상스에 고전주의 양식을 결합한 네오 르네상스 양식으로 1896년 완공된 덴마크 특유의 붉은 벽돌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 보자. 루벤스, 렘브란트의 플랑드르와 네덜란드 바로크 화파 명화들을 지나 20세기 전시실에 발길을 멈춘다. 「Dommerne(Dommer+복수형 ne)」. 영어 병기 「The Judges」. 프랑스 야수주의(Fauvism) 대표 화가 조르주 루오(Rouault)의 1908년 작 「Les Juges(판사들)」이다. 세 명의 판사가 어둡고 음울한 배경의 공간에서 관람객을 노려본다. 추한 가면을 뒤집어 쓴 듯한 얼굴이 어둠 속에서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세 성당 스테인드 글라스 복원 경험을 살려 루오는 굵은 선이 야수처럼 강렬한 색상으로 꿈틀거리는 '회화 속 스테인드글라스'를 오롯이 구현해 냈다. '야수주의' 명화의 명불허전(名不虛傳).
화가의 주제 의식을 감정적으로 격하게 드러내 표현주의(Expressionism) 미술과 족보를 같이한다. 인간의 영혼을 괴물 같은 탈로 상징화한 측면에서는 상징주의(Symbolism)와도 맥이 닿는다. 1928년부터 98년째 전시실을 지키는 루오의 「판사들」은 사법부와 판사에 대한 그의 생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법과 정치의 영역을 예술로 승화시킨 명화의 품격에 오랫동안 무거운 시선을 건넬 수밖에 없다. 판사는 왜 위대한 예술가의 눈에 야수처럼 비친 걸까?
◆1944년 5월 노르망디 상륙작전 현장 아로망쉬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 아로망쉬(Arromanches) 해안으로 가보자. 노르망디(Normandie)는 덴마크 출신 바이킹(프랑스 북쪽 사람들, Norman)이 정착해 생긴 이름이다. 바이킹이 남긴 위대한 예술품 베이유 타피스리(Tapisserie de Bayeux, 노르망디 공 윌리엄의 영국 정복 묘사 자수, 폭 50cm, 길이 70m)를 베이유 성당에서 보고 택시를 타니 30분 만에 내려준다.
아로망쉬는 1944년 6월 6일 새벽 인류 역사 최대 상륙작전 전장으로 바뀐다. 동유럽 동부전선으로부터 독일의 힘을 분산하기 위해 연합군이 서부전선(제 2전선) 형성용으로 실시한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핵심 상륙지가 아로망쉬다. 연합군 1만여 명, 독일군 5천~7천여 명이 숨진 치열한 전투의 잔해가 아직도 바다에 그대로 남아 탐방객에게 그날의 전설을 토해낸다. 상륙작전에 성공한 연합군은 2차 세계 대전 승기를 잡고, 독일의 전세는 결정적으로 기운다.
◆히틀러 암살 미수사건 현장 '베를린 벤들러 블록'
이제 독일 수도 베를린으로 발길을 돌린다. 베를린 중앙역에서 전철(S-Bahn)을 타고 티에르가르텐(Tiergarten) 역에 내려 15분여 천천히 걸으면 벤들러 블록(Bendlerblock)이 나온다. 우중충한 인상의 건물은 현재 독일 저항기념센터(German Resistance Memorial Center)로 바뀌어 관람객을 맞는다. 건물 앞 마당에 B.C 5세기 그리스 고전기 쿠로스(Kuros, 청년 조각)를 연상시키는 청동 조각은 균형 잡힌 몸매, 이목구비와 달리 침울하다. 하지만, 꽃다발이 여러 개 놓여 외롭지 않아 보인다. 1944년 7월 처형된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Claus von Stauffenberg) 대령. 2008년 개봉된 톰 크루즈 주연 「발키리(Valkyrie)」의 주인공이다.
◆1944년 7월 [발키리 작전](히틀러 암살 시도)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패색이 짙어지자 히틀러 암살이 시도된다. 1944년 7월 20일. 독일군 본부 건물 벤들러 블록의 히틀러 참석 회의실에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이 폭발물 가방을 터트린다. 히틀러 제거 비상계획 '운터네멘 발퀴레(Unternehmen Walküre, Operation Valkyrie) = 발키리 작전'이라 부른다. '발퀴레(발키리)'는 북유럽 신화에서 전사자의 영혼을 구하는 전투의 여신을 가리킨다. 굳이 그리스 신화에 대입하면 아테나 여신에 가깝다.
폭탄 2개 중 1개만 터져 히틀러는 치명상을 입지 않았다. 살아난 히틀러는 상황을 수습하고, 벤들러 블록 안뜰에서 슈타우펜베르크를 비롯해 수천명을 처형했다. 독일 전쟁 영웅 롬멜은 자살형을 명받았다.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은 죽기 전 "Es lebe das heilige Deutschland! (신성한 독일이여, 영원하라!)"를 외쳤다.
◆히틀러 폭력 노선에서 합법적 정권 수립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이 목숨과 바꾼 '신성한 독일'을 히틀러는 어떻게 개인 총통 국가로 바꿨을까? 1차 세계 대전 패망 뒤, 혼란기에 정치에 뛰어든 히틀러는 1920년 국가사회주의 독일노동자당(NSDAP, 나치당)을 만든다. 대중 연설로 인기를 끌며 1923년 11월 뮌헨 폭동을 일으켰다 수감된 상태에서 1924년 전체주의 사상과 반유대주의를 담은 『나의 투쟁』을 집필한다. 1925년 출옥 뒤, 나치당을 재건해 선거를 통한 합법적 집권을 목표로 삼는다. 1929년 대공황이 터지면서 실업자가 급증하자 히틀러 나치당의 인기가 크게 오른다. 1930년 총선 제2당 등극에 이어 1932년 총선에서 37.3% 득표로 1당이 된다. 1933년 1월 30일 힌덴부르크 대통령이 히틀러를 총리로 지명하면서 히틀러는 합법적 집권에 성공한다.
◆히틀러 수권법 통과 사법부 장악
1933년 2월 27일 국회의사당 방화 사건을 계기로 긴급 조치령을 내리고, 3월 23일 악명 높은 수권법(Ermächtigungsgesetz)을 통과시킨다. 나치당이 의회를 무력화하며 장악한다. 이어 사법부를 시녀로 삼는데, 방법은 이렇다. ①특별재판부 설치- 국민 법원(Volksgerichtshof, People's Court)을 설치해 로란트 프라이슬러(Roland Freisler) 같은 친 나찌 판사를 앞세워 입맛대로 재판 결과를 만들어낸다. ②판사 숙청- 반나치 성향 판사를 솎아내고, 친 나치 판사로 채워 사법부의 나치 동조화(Gleichschaltung, coordination, 강제 통합)를 완성한다.
히틀러 1인 지배, 나찌 1당 독재는 이렇게 실현됐다. 견제와 균형을 잃은 히틀러는 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키고, 민족 학살을 자행하다 1945년 소련군이 베를린을 포위하자 4월 29일 애인 에바 브라운과 결혼식을 올리고 30일 동반 자살로 광란극을 멈췄다. 사법부 장악과 어용 판사로 일군 독재는 그렇게 무너졌다. 사법개혁 3법에 어느 판사도 반기를 들지 않는다. 이제 어용 사법부를 일굴 프라이슬러 류의 판사들이 루오의 「판사들」 속 이미지와 오버랩되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역사저널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