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대출액 60%가 가상화폐 투자자로…'빚투'에 쓰였나

입력 2023-04-17 19:48:24

비트코인 모형과 달러 이미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비트코인 모형과 달러 이미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전체 신용대출액 60% 이상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이용자들에게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케이뱅크가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자금 공급원으로 활용된 정황이 나온 셈이다.

17일 이데일 리가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케이뱅크 전체 신용대출 누적액은 8조2천140억원으로 이중 업비트 연계계좌 보유자의 대출액이 4조9천487억원에 달했다. 업비트 계좌가 없는 일반 고객 대출액은 3조2천652억원으로 전체의 39.75%에 그쳤다.

이를 두고 업비트를 이용하는 가상화폐 투자자가 케이뱅크 신용대출을 통해 '빚투'하고 있을 가능성이 적잖다는 해석이 나온다. 케이뱅크가 업비트에 실명 계좌를 발급해 주기 시작한 시점은 2020년 6월로 그해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업비트에 입금한 기록이 있는 고객이 케이뱅크로부터 받은 총 대출액을 집계할 경우 4조1천31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업비트로 이체한 총 금액은 4조9천60억원으로 사실상 총 대출액 거의 전부가 업비트로 들어갔다.

문제는 케이뱅크에서 업비트 이용자 계좌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비트 이용자들의 연체율은 지난 2021년 6월(0.14%) 이후 지난해 말(1.01%)까지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업비트 계좌가 없는 일반 고객들의 연체율은 0.14%p 감소했다.

이를 두고 업비트 이용자들의 높은 연체율이 케이뱅크의 건전성 리스크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현재 인터넷 은행 및 1금융권을 통틀어 가장 높은 연체율과 부실채권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케이뱅크의 전체 연체율은 0.85%로 인터넷은행을 포함해 전체 1금융권 중 가장 높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가상자산 거래소와 연계가 됐던 시점부터 금융당국의 면밀한 점검이 있었어야 했다"며 "가상자산 리스크 때문에 파산했던 시그니처뱅크 사례를 감안하면 지금이라도 정확한 대출 실태와 부실화 가능성에 대해 점검이 있어야 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