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설탕 가격 고공행진…'슈거플레이션' 조짐

입력 2023-04-16 17:10:07 수정 2023-04-16 18:45:25

지난달 세계 설탕 가격지수 127, 2달 만에 9% 상승
지난해 10월 108.6→12월 117.2까→올해 2월 125.2

서울 시내 대형마트 가공식품 판매대. 연합뉴스
서울 시내 대형마트 가공식품 판매대. 연합뉴스

세계 설탕 가격이 올해 상승세를 보이면서 빵, 과자 등 식품 가격이 치솟는 이른바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설탕 가격지수는 127.0으로 나타났다. 2달 전인 올해 1월(116.8)보다 약 9%, 지난해 10월보다는 17% 오른 것이다.

가격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두고 비교해 나타낸 수치다. 최근 세계 설탕 가격지수 흐름을 보면 지난해 10월 108.6에서 12월 117.2까지 올랐다가 올해 1월 116.8로 하락했으나 2월 125.2 등으로 다시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주요 산지에서 생산량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인 인도는 이상 고온과 폭우 등으로 생산량이 급감하자 자국 수요를 먼저 맞추기 위해 2년째 설탕 수출량을 제한하고 있다. 태국, 중국 등에서도 기후 영향으로 설탕 생산이 줄어들 거란 전망이 나온다.

설탕 가격 상승으로 국내 식품업체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빵, 과자, 아이스크림, 음료 등 가공 식품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이어질 거란 우려가 뒤따른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향으로 세계 곡물 가격이 상승하자 국내 식품 가격도 올랐다. 특히 밀가루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라면회사 4곳이 지난해 하반기 순차적으로 제품 가격을 올렸다.

식품 제조사는 제당 회사와 미리 가격 협상을 하기 때문에 원가 변화가 당장 제품 가격에 반영되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오른다면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세계 곡물 가격은 국제적 공급량 확대 등으로 안정화 추세다. 지난달 세계 식량 가격지수는 126.9로 지난 2월보다 2.1퍼센트(p) 내렸다. 지난해 3월(159.7) 최고치를 기록한 뒤 12개월째 하락세다. 품목별로 곡물, 유지류, 유제품 가격은 떨어졌지만 육류, 설탕 가격은 올랐다.

곡물 가격지수는 5.6p 하락한 138.6으로 나왔다. 우크라이나가 지속해 밀을 수출 중인 데다 옥수수, 쌀 주요 생산지가 수확 철을 맞으면서 가격이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2분기에도 세계 곡물 가격이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