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정청탁 혐의 기소된 대구경찰…이러려고 수사권 독립했나?

입력 2023-04-14 05:00:00

대구경찰청 간부급 직원들이 부정청탁을 받은 혐의 등으로 줄줄이 기소됐다. 청탁을 받고 구속영장 신청을 미뤄준 혐의에다 '강제수사를 말아 달라'는 사건 브로커의 부탁을 들어준 혐의도 받고 있다. 범행을 눈감아 주고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경찰관도 나왔다.

대구경찰의 자정 기능 상실을 보여주는 정황까지 나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의 부패 혐의는 해외 선물 투자 사기 사건 수사 과정에서 나왔는데 경찰 수사 단계에서 금품 로비 의혹을 받은 경찰관 3명의 이름이 투자 사기 공범들의 입에서 나왔다. 하지만 경찰은 이에 대한 수사는 물론, 자체 감찰도 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경찰은 지난 문재인 정부하에서 '수사권 독립'이라는 숙원을 풀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면서 2021년 1월부터 대다수 사건의 수사 개시권과 종결권을 경찰이 갖게 됐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되면서부터는 부패·경제 범죄를 제외한 중요 범죄에 대한 독자 수사권을 보유했다. 내년에는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까지 이양받는다. 14만 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이 막강한 힘을 거머쥐게 되는 것이다.

과거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를 검찰이 독점, 자칫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견제와 균형이라는 차원에서 경찰 수사권 독립 논의가 20년 넘게 이뤄졌고 마침내 실행됐다. 그러나 최근 대구경찰이 보여준 모습은 경찰이 과연 책임 수사기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이러려고 수사권 독립을 했는지, 시민들이 묻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찰은 수사뿐만 아니라 감찰 체계를 지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고쳐놔야 한다. 뼈를 깎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