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못 '둥지섬 초토화' 민물가마우지, 유해조수 될까

입력 2023-04-11 10:41:25 수정 2023-04-11 22:10:57

조류기피제, 고압살수에도 꿋꿋이 정착… 곳곳 황폐화
원주 거북섬 등 피해 누적, 강원도 환경부에 유해조수 지정 요청
백로, 왜가리 서식지에서 밀어내고 민물고기 개체수도 급감
"인위적 개입 없으면 계속 번성, 지정 필요성 커"

11일 대구 수성못 둥지섬에 민물가마우지 떼가 서식하면서 배설물 등으로 인해 나뭇가지가 앙상하게 변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1일 대구 수성못 둥지섬에 민물가마우지 떼가 서식하면서 배설물 등으로 인해 나뭇가지가 앙상하게 변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수성못이 민물가마우지 개체수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유해조수 지정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민물가마우지 개체수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나오고 있어 수성구도 유해조수 지정 건의를 검토할 방침이다.

11일 오전 대구 수성못의 명물 '둥지섬' 나무 위에는 민물가마우지 떼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가마우지는 수량이 풍부한 수성못 일대, 특히 둥지섬의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았다.

도심 속 야생동물은 반가운 존재지만 문제는 수백마리에 달하는 개체수다. 특히 수성못 동편에 자리한 직경 40~50m 남짓의 둥지섬은 조류 배설물이 쌓이며 수목이 고사위기에 놓이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새들이 싫어하는 초음파퇴치기, 조류기피제 100여개를 곳곳에 설치하고, 고압살수장치로 나무 높은 곳까지 물도 뿌리지만 백로, 왜가리 등은 상당수 쫓아냈음에도 민물 가마우지는 비교적 꿋꿋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물가마우지는 과거 겨울 철새였으나 현재는 전국 곳곳에서 텃새화하면서 국내 개체수가 3만마리가 넘을 정도로 번성했다. 또 하루에 물고기 7㎏ 정도를 잡아 먹는 왕성한 식욕을 자랑한다. 그만큼 배설량이 많고 배설물 산성도 역시 높아 민물가마우지를 쫓아내지 않고서는 환경 개선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서울 밤섬이나, 원주 거북섬, 대전 고래섬 등도 수성못 둥지섬처럼 민물가마우지 배설물 피해로 황폐화돼 지자체들의 고민을 더하고 있다. 낚시터나 양식장 역시 민물가마우지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 강원도는 관련 민원이 빗발치자 민물 가마우지를 유해 동물로 지정해 사살할 수 있게 해달라고 지난달 환경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희천 조류생태환경연구소장은 "민물가마우지 때문에 백로나 왜가리 같은 물새가 서식지에서 밀려나는 것은 물론이고, 신천, 수성못, 금호강 일대의 민물고기 개체수를 크게 줄이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유해조수 지정 필요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민물 가마우지를 사냥할만한 맹금류도 국내에는 거의 없어서 인위적으로 개체수 조절에 나서지 않으면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성구청 측은 "전국적인 민물가마우지 피해 상황과 함께 유해조수 지정 건의가 나오고 있는 부분 역시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유해조수 지정 건의 여부를 심도 있게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11일 대구 수성못 둥지섬에 민물가마우지 떼가 서식하면서 배설물 등으로 인해 수목이 고사 위기에 놓였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1일 대구 수성못 둥지섬에 민물가마우지 떼가 서식하면서 배설물 등으로 인해 수목이 고사 위기에 놓였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