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인공지능 시대, 인간에게 기회일까 위협일까?

입력 2023-04-12 18:16:23 수정 2023-04-12 19:59:51

'프레케리아트'(Precariat)는 '불안정한'이란 뜻의 이탈리아어 '프레케리오'(Precario)와 노동계급을 뜻하는 독일어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의 합성어다. 영국 런던대 노동경제학과 가이 스탠딩 교수가 2014년 자신의 책에서 이 용어를 소개했다.

그는 노동자 대다수는 불안정한 처우, 현대사회 불안에 내몰리면서 궁핍한 지위로 떨어질 것이라고 봤다. 내가 하는 일의 가치를 깨닫지 못한 채, 먹고사는 문제로 평생 고통받는 게 프레케리아트 계급의 특징이다.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하루살이처럼 살다 보니 사고 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집단지성도 믿을 게 못 된다는 것이다. 스탠딩 교수는 미래에 이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할 것이기 때문에,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50 미래사회 보고서'(2017년 발간)에서 서울대 공대 유기준 교수는 가까운 미래에 플랫폼을 소유한 극소수 기업인, 소수 인기 연예인·정치인이 새로운 계급사회의 정점을 이루고, 그 외 나머지 근로자들은 인공지능(AI)으로 대체돼 프레케리아트로 전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말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에 불과한 걸까.

지난달 말 미국 비영리단체 '삶의 미래 연구소'는 6개월간 첨단 인공지능 개발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는 서한을 발표했다. GPT 4가 공개돼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지 딱 보름 만의 일이다. 이 서한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유명 인사들이 서명을 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찬반양론을 제쳐 두더라도 이런 전 지구적 규제 노력이 필요할 만큼 AI 발전 속도가 앞서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분석에 따르면 GPT 4는 GPT 3.5 버전보다 8배나 기억력이 좋고 사실을 답할 가능성이 40%나 향상됐다고 한다. 이제 한국어도 훨씬 잘 알아먹는다. GPT 4를 결합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빙(Bing)은 명령어만 넣으면 액셀, 파워포인트 등을 활용한 보고서, 발표 자료를 척척 만들어준다. 사람이라면 며칠 동안 머리를 싸매야 할 일이다. 최근 대학가에선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논문 초고를 쓰고, 사람이 쓴 논문을 인공지능이 심사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언젠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염려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GPT처럼 인간과 '말 그대로' 말(자연어)이 통하는 강력한 인공지능은 처음이다. 그 엄청난 생산성 덕분에 사무직의 종말이 왔다는 얘기도 나온다. 걱정돼서 챗GPT한테 물었다. "인공지능 발전으로 사무직 업무 대부분이 자동화될 것입니다. 하지만 더욱 강력한 인공지능이 나오더라도 인간의 창의성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창의성은 매우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반복적인 일은 인공지능에 맡기고, 인간은 보다 창의적인 일에 몰두하면서 협력하는 관계가 이뤄질 것입니다." 뭔가 그럴싸하면서, 개운치 않다. 창의성 발휘가 가장 힘든 노동이라는 건 세상 누구나 안다. 이런 모범 답안이 인공지능의 특기다.

좋든 싫든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질 것이다. 스마트폰 등장이 기존의 피처폰뿐 아니라 카메라, MP3, 비디오, 전자사전 같은 기기들을 한 방에 보낸 것 이상의 폭발력을 자랑하면서. 기술의 발전은 초초양극화 사회로의 가속화를 뜻한다. 결국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기술을 잘 쓰는 사람이 주류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능력, 최소한 인공지능 시대에 이탈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