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균 대구시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
2005년 9월 새벽 인천, 여고 2학년생인 A양이 자기 방에서 잠을 자다가 창문 방충망을 뜯고 침입한 20대 범인에 의해 강간 살해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학생은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다가 잠이 들었고, 우연히 이 집 옆의 좁은 골목으로 소변을 보러 온 범인이 불을 켜 놓은 채 잠이 든 A양을 보게 되었다. 성적 충동을 느낀 범인은 허술한 창문을 뜯고 들어가 성폭행했고, 피해자에게 얼굴이 알려져 경찰에 체포될 것을 염려해서 A양을 살해한 것이다. 범인은 전과가 없고, 가정과 직장에도 큰 문제가 없으며, 범죄성도 높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른 사례. 1998년 필자가 단독주택 2층에 살 때의 일이다. 가족들이 집을 비운 어느 날 파출소 경찰관으로부터 전화 연락이 왔다. 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것이다. 마침 순찰 중에 도둑을 발견하고 호루라기를 부니까 도주하여 체포하지는 못했는데, 빨리 문 단속을 해달라는 전화였다.
당시 우리 집 2층은 방범창이 없고, 전봇대를 통해 쉽게 2층으로 진입이 가능했다. 만약 침입한 도둑과 우리 가족이 직접 마주쳤다면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동네 거의 모든 주택들이 도둑의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인천의 여고생 강간 살인 사건과 필자 집에 침입한 도둑 사건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허술한 창문이다. 만약 방범 기능이 있는 창살이나 잠금장치가 있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범죄는 보호 능력이나 방어 능력이 없는 사람이나 장소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도둑이 들어온 다음 날, 모든 창문에 튼튼한 방범창을 설치했다.
영국 경찰은 1980년대부터 꾸준하게 지방자치단체 등과 범죄피해자 지원사업으로 침입 범죄에 취약한 서민주택에 침입 방어 성능이 인증된 고품질의 방범 창살과 잠금장치를 무료로 설치해 주었다. 이를 통해 획기적으로 침입 범죄를 예방한 것이다.
셉테드(CPTED)는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환경설계를 통한 범죄 예방)의 약자로 도시 환경설계를 통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선진국형 범죄 예방 기법을 말한다. 건축 환경의 적정한 설계와 효과적인 활용이 범죄의 발생과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다는 학술적이고 실무적인 접근이다.
2021년 자치경찰제가 출범하면서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는 취약계층의 생활 안전 강화에 중점을 두고, 시민 주도형 환경적 범죄 예방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시민이 주도하는 대구형 셉테드 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자치경찰위원회와 대구테크노파크가 시민 제안과 주민 참여 사업, 설문조사 등을 통해 수요 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구형 스마트 셉테드 플랫폼 구축 사업이 시민들의 체감 만족도와 정책 수요가 가장 컸기도 하다.
대구자치경찰위원회는 대구도시공사와 MOU를 통해 셉테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여성 1인 가구와 주거안전 취약 가구를 위한 세이프 홈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세이프 홈 지원사업은 실내 움직임을 감지해 스마트폰으로 통보해주는 가정용 CCTV, 외부로부터 침입을 막아주는 창문 잠금장치와 방범창, 현관문이 완전히 열리는 것을 막아주는 현관 이중 잠금장치로 구성된 안심 홈 4종 세트를 무료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적극적인 활용을 권한다.
자치경찰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바로 대구 시민의 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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