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 박재풍(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패널연구센터장) 씨의 아버지 고 박방희 시인(전 대구문인협회장)

입력 2023-04-13 11:22:10 수정 2023-04-13 18:34:49

"인생은 박방희처럼!!…멋진 인생 살고 내 아들에게도 같은 감도 주고 싶습니다"

고 박방희 시인이 작고하기 약 5개월 전, 제50회 한정동아동문학상 동시 수상자로 선정됐을 때 찍은 사진. 사진 왼쪽부터 박재풍 씨, 재풍 씨의 아들 하솔 군, 고 박방희 시인. 가족 제공.
고 박방희 시인이 작고하기 약 5개월 전, 제50회 한정동아동문학상 동시 수상자로 선정됐을 때 찍은 사진. 사진 왼쪽부터 박재풍 씨, 재풍 씨의 아들 하솔 군, 고 박방희 시인. 가족 제공.

"아주까리에 열린 작은 세상이여!!!"

이 싯구는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에 탄생한 아버지와 나의 첫 작품이다.

아버지는 내가 어릴 때 항상 나를 데리고 다니시는 것을 좋아하셨다. 사는 곳 주변 자그마한 동산에도 나와 함께 자주 올라 가시곤 하셨는데, 산에 피어있는 식물들에 대하여 자상하게 알려 주시곤 하셨다.

어린 내가 아주까리를 보고 "아빠, 이거 동그라면서도 털이 있는 것 같은데 이거 뭐에요?"라고 물어봤을 때 아버지는 친절히 설명해 주셨고 그 후 나는 "꼭 작은 지구처럼 동그랗네"라며 말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아주 시간이 흐른 후 나는 아버지의 시집에서 "아주까리에 열린 작은 세상이여!!!"라는 것을 보고 아버지께 나의 것을 표절한 것 아니냐고 웃으면서 이야기 한 적이 있다.

내 또래 중에 아버지에게 혼이 나거나 체벌 받은 경험은 모두 다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단 한번도 아버지에게 작은 훈계조차 들은 적이 없다. 그래서 아버지는 나에게 커다란 우주같은 존재였던 것 같다. 내가 무엇을 하든, 어떤 생각을 하든 나에게는 든든한 지지자이셨고 삶의 터전이셨다.

내가 대학교 졸업 즈음 매우 방황하며 나의 삶에 대한 고민이 극에 달했을 때 아버지가 나에게 해 주신 말은 아직도 생생하다. "풍아, 니가 무엇을 하든지 너만 당당하고 너만 편하다면 나는 행복할 것 같구나. 나는 너가 결국에는 의미있고 좋은 방향으로 살아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너무 고민하지 말고 니가 원하는 것 있으면 무엇이든 시도하거라. 시간이 걸려도, 돌아서 가도 상관없다. 내가 너를 믿기 때문이다." 이 말을 듣고 정말 감사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아버지는 술을 잘 못하시는데, 술을 좋아하는 나를 위하여 포장마차로 나를 부르셔서 해 주신 말씀이기도 했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

그러한 아버지, 내가 존경하고 사랑한 아버지 그리고 나한테는 최고의 거인이셨던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버리셨다. 매번 "나는 100살까지 살 건데 너도 건강 잘 챙겨라" 하시며 웃으시던 아버지가 우리를 이 세상에 남겨두고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투병생활 중에 내가 마지막까지 곁에 있으면서 아버지의 작품을 정리하고, 아버지와 내가 함께 경험한 시절에 대해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정도이다. 하지만 아직도 아버지만 생각하면 울컥하고 맘이 시리다. 나에게 아버지는 그런 든든한 존재이셨다.

아버지가 남기신 시와 동시와 시조와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 보다, 아버지가 이루신 수 많은 직위와 업적들 보다 나는 자연인으로서 이 세상과 함께 아니 관조에 가까운 자세로 한 삶을 살다 가신 아버지가 그립다. 그리고 여전히 그런 아버지가 나의 그리고 우리 곁에서 그 인자하신 모습으로 빙그레 웃으시며 지켜보고 계신 듯하다.

항상 내가 주위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인생은 박방희처럼!!!"

그렇다. 나도 아버지처럼 멋진 인생을 살고 싶고, 내 아들에게도 같은 감동을 주고 싶다.

"아버지, 항상 사랑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최고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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