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칼럼] 경고음 울린 대한민국호

입력 2023-04-09 13:30:27 수정 2023-04-09 19:02:34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정부가 4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2022 회계연도 국가 결산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국가채무+연금충당부채)는 무려 2천326조 원을 기록했고, 이 중 공무원에게 지급해야 하는 연금충당부채가 1천181조3천억 원에 이른다. 2017년 660조 원이었던 공식적 국가채무는 5년 만에 1천67조7천억 원을 기록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49.6%로 높아졌다. 인구 감소가 시작되었고 저출생으로 국가 소멸 위기가 다가오는데, 국민 1인당 세금으로 갚아야 할 채무 규모가 1천312만 원이나 된다는 소리다.

경고음이 울린 것은 공공 부문만이 아니다. 명실상부한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95.8% 급감한 6천억 원에 불과하다고 발표됐다. 반도체 경기 부진이 길어지면서 반도체 사업 부문이 14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1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력산업인 반도체나 석유화학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의 시름이 커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들은 특히 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취약한데, 그동안 감산은 없다고 버텨 오던 삼성전자마저 사실상 생산 감축에 들어서면서 앞길이 더욱 불안해졌다. 경기 침체는 물동량 감소로 이어져 작년까지 호황이었던 해운업에도 영향을 미쳐 장래가 불투명하다.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영향으로 배터리를 비롯한 경쟁 우위를 갖춘 산업의 미래도 위협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모든 산업 분야에서 기업의 규모를 불문하고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 양대 노총(한국노총 및 민주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현재보다 24.7% 인상된 1만2천 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물가가 폭등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면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의 강력한 노동 개혁에 대한 반발로 전국적으로 강력한 파업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치권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 개혁이랍시고 하는 일이 국회의원 수를 늘리려 하다가 여론이 나빠지자 선거제도 개편을 내세워 중대선거구니 병립형, 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니 하는 선거법 개정을 들고나왔다. 지역주의, 팬덤 정치 등 극단적 혐오 정치의 폐해나 사표 증가에 따른 비례성 훼손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속뜻은 기득권자인 현역 의원들의 재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오랜 진통 끝에 당 지도부 교체를 마친 여당인 국민의힘은 심기일전해 자신을 지지하는 보수 유권자는 물론, 중도적 성향의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그나마 있던 MZ세대와 중도적 성향의 유권자들조차 지지를 철회하고 있는데도 위기의식이 별로 없는 것 같다. 5일 치러진 재보궐선거 결과가 국민의힘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가를 여실히 보여주었음에도 최소한의 깨달음조차 없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169석의 압도적 의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 오로지 이재명 대표 한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는 정당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게다가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이 초부자 감세라거나 한일 관계의 정상화 노력을 친일 굴욕 외교라며 반대를 위한 반대만 계속하고 있다. 여야를 불문하고 무너지는 이 나라와 경제의 경고음이 이들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이 어려운 가운데 그나마 수출 효자로 부상한 것은 방위산업이다. 1970년대 중반, 월남 패망과 주한미군 철수 속에 우리 스스로 나라를 지킬 힘을 기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일으킨 방위산업은 이제 자주국방을 넘어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게 됐다. 그 씨를 뿌린 사람이 바로 민주당과 좌파 사람들이 친일파 독재자라고 그토록 비난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그의 외로운 결단과 강력한 추진력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K-방산은 있을 수 없다.

이제 여야 정치인들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도대체 당신들은 이 나라와 후손을 위해 무엇을 남기려 하는가. 알량한 사리사욕으로 지키려 한 그 자리로 인해 오히려 당신들은 나라를 망친 역적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