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문시장에 살아 있는 헌법정신

입력 2023-04-03 17:41:16 수정 2023-05-21 18:30:50

100년 동안 헌법 정신 살아숨쉰 서문시장
시장경제는 자유민주주의와 병행 발전

도태우 변호사, 서문시장 법률자문위원
도태우 변호사, 서문시장 법률자문위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1일 서문시장 100주년 대축제에 참석하여 "정부의 할 일은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것"이라 역설하고 "부당한 지대 추구에 혈안이 된 기득권 세력이 아니라 열심히 땀 흘리는 국민 여러분께서 잘살아야 한다"며 "대구 시민의 땀과 눈물이 담긴 역사의 현장인 서문시장에 이러한 우리의 헌법정신이 그대로 살아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말과 같이 자유민주주의, 사유재산권과 시장경제, 실질적 법치주의는 대한민국 헌법정신의 핵심으로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다.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기에 삼자는 모두 연쇄적으로 발전하거나, 함께 퇴조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와 반대로 지난 문재인 정권 시기에는 586운동권이 총궐기하여 법치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세 가지의 축이 모두 무너져 버릴 위기에 처했다. 먼저 탄핵 사태 이래 실질적 법치주의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적법절차 원리의 전통이 내팽개쳐졌고, 사법부가 이념 코드에 따라 자의적인 판결과 인신 구속, 졸속 재판과 한없는 재판 지연 등 사법적 불법을 일삼았다.

파괴적인 불길은 곧 정치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로 옮겨붙었다. 헌법 전문과 본문에 나오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삭제하자는 개헌안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40명으로부터 제기되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추진한다'라는 헌법 제4조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연설을 잇달아 내놓았다.

결국 이런 흐름은 사유재산권을 무시하고 시장경제 체제를 뒤흔드는 급진적인 정책들로 연결되었다. 조국, 추미애 장관은 '사회주의'와 '토지공개념'을 방송에서 공공연히 말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문 정권의 흐름에 대한 국민적인 대저항에 바탕하여 탄생한 윤석열 정부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 법치'라는 헌법정신을 거론하며 자신의 출발을 되새기는 것은 자못 의미가 깊다.

나아가 민노총 건설노조의 패악질과 윤미향 의원의 사례에서 보듯 586운동권 세력이 각계각층에서 기득권 패거리를 형성하고, 약탈적인 방식으로 자신들만의 이득을 좇는 데 몰두해 왔음을 볼 때, 열심히 땀 흘리는 서문시장의 국민을 이에 대립시킨 것은 공정사회의 실현이 헌법정신의 구현임을 드러내고 있다.

대구 서문시장은 국채보상운동과 삼성상회의 출발이 연결된 곳이며, 다부동 전투와 박정희 대통령의 근대화 혁명이 함께 살아 숨을 쉬는 곳이다. 그 땀과 눈물의 현장에서 우리 헌법정신이 살아 있음을 대한민국 대통령이 선포하는 것은, 직전 정권의 행태와 극단적인 대조를 이룬다. 3년 전 서문시장 바로 곁의 동산병원에서 대구 시민들이 코로나와 헌신적인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문 정권 측 인사들은 도시 봉쇄를 거론하며 불가촉천민을 다루듯 대구 시민에 대한 낙인찍기를 서슴지 않았다.

좌우 합작, 협치, 중도와 같은 말은 늘 매력을 지닌다. 문제는 헌법정신을 공유해야 한다는 전제가 대체로 무시된다는 점이다. 자유민주주의, 사유재산권의 존중과 시장경제, 실질적 법치주의에 바탕해서 나타나는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서로 다른 집단들이 건강하게 상호 견제하며, 갈등을 창의적인 제도로 승화시키는 것이 우리 헌법 체제가 가리키는 방향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실상 헌법정신에 의한 국민 통합이 극히 부족하다. 100년 동안 헌법정신을 살아낸 현장인 대구 서문시장에서부터 헌법적 국민 통합의 새 역사가 펼쳐지기를 희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