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0만원 현금 주면 중도금 대출 승계"→돈 챙긴 후 매수자 잠적

입력 2023-03-29 17:11:53 수정 2023-03-29 22:11:10

'집값 하락의 비애' 아파트 분양권 '마피 사냥꾼' 주의보
내달부터 전매 제한 3년→6개월 대폭 축소, 분양권 거래 각별한 유의 필수
"외지인 투자수요 많은 지역 위험도 높아… 믿을 수 있는 공인중개사 통해야"

22일 대구 시내에서 바라본 시가지 아파트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2일 대구 시내에서 바라본 시가지 아파트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분양권 가격에 웃돈을 얹어주는 이른바 '마이너스피'(마피) 거래가 증가하면서 이를 이용한 사기 행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컨설팅 업체가 바지 계약자를 내세워 현금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달 9일 대구 한 아파트 분양권을 6천500만원에 판 A씨는 '마피' 금액을 현찰로 받은 뒤 연락을 끊어버리는 수법에 당했다. 분양권 매수자가 중도금 대출까지 승계하겠다고 해 현금을 줬는데, 아파트 시행사 측으로부터 매수자 서류에 문제가 발생해 명의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이후 6천500만원을 챙겨간 상대방과의 연락도 완전히 끊겼다.

마피 사기는 부동산 하락장에서 매수자에게 웃돈을 주고라도 분양권을 팔고 싶은 사람들 심리를 악용한 것이다. 입주와 최종 계약을 앞두고 중도금과 막대금까지 수억원을 대출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마피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마피 거래를 노린 전매 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대구 동구 B아파트 분양업체는 명의 변경 업무까지 한시 중단했다. 업체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권이 얼마인지도 모른 채 매수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컨설팅)업체가 내세운 바지 계약자로 보인다"고 했다.

지역 분양업계는 마피 사기 사례를 서로 전파하면서 피해 방지에 나선 상태다. 대구 C아파트 분양 관계자는 "재직증명서나 소득증빙자료 등 확인을 더욱 꼼꼼히 하는 등 업무 방식을 재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대구 집값은 구별로 적게는 14.5%부터 많게는 20% 이상 떨어져 분양권 거래 시 '마피' 금액도 큰 편이다. 전용 84㎡(34평)를 기준으로 D아파트는 분양가보다 1억원 저렴한 가격에 매물로 등록돼 있다. 이런 사기를 당하면 피해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마피' 금액이 크지 않고 명의변경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해도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실제로 집을 살 능력이 없는 바지 계약자를 동원해 분양권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노숙자, 신용불량자 등 명의로 분양권 '마피'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세입자를 구해 전세보증금까지 챙기는 수법이다.

브로커는 '마피' 현금은 물론 전세보증금까지 챙길 수 있지만, 계약자가 잔금을 치르지 못해 아파트가 입주 전에 경매로 넘어가면 세입자, 시행사, 금융권이 모든 피해를 뒤집어 쓰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민이 아닌 외지 투자자 유입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전매사기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 한 분양업체 관계자는 "투자 수요가 많았던 곳일수록 전매 거래도 활발하고 기획부동산이 연계된 전매사기 가능성도 커진다. 분양권 거래 시 지역에 기반을 두고 오래 영업 해온 부동산과 거래하면 피해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구의 한 공동주택 분양 홈페이지에 표출된 배너. 사기전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명의 변경을 중단한다고 밝히고 있다. 홈페이지 캡처
대구의 한 공동주택 분양 홈페이지에 표출된 배너. 사기전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명의 변경을 중단한다고 밝히고 있다.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