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층 높이 건물에서 추락…대구 시내 주요 병원 모두 수용 불가
4층 높이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학생이 구급차에 실려 병원 4곳을 전전하는 도중에 사망했다. 구급차가 대구 도심을 2시간 동안 떠돌며 동분서주했지만, 받아주는 종합병원은 없었다. 경찰은 병원 측 과실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28일 소방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2시 15분쯤 북구 대현동 골목길에서 A(17) 양이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A양은 발견 당시 우측 발목과 왼쪽 머리에 타박상이 있는 상태였고 의식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을 태운 구급차는 오후 2시 34분쯤 사고 장소와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해당 병원은 전문의 부재 등을 이유로 입원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후 구급차는 오후 2시 51분쯤 경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향했다. 경북대병원도 당시 중증외상환자 등으로 병실이 가득 찬 상황이었다.
대구소방본부 구급상황관리센터는 계명대 동산병원,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에 전화했지만 모두 수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결국 구급대는 오후 3시 39분쯤 대학병원 대신 2차 병원인 동구 한 종합병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곳 역시 전문의 부재로 입원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병원을 수소문한 구급대는 달서구에 있는 또 다른 2차 종합병원과 연락이 닿았다. 오후 4시 27분쯤 동구 종합병원에서 9km 떨어진 달서구 종합병원에 도착한 A양은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사망했다. 사고가 일어난 지 2시간이 넘은 시간이었다. 구급대원들이 약물 투여와 CPR 등을 실시하며 오후 4시 54분쯤 가까운 상급 종합병원으로 다시 이송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소방 관계자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입원이 가능한 병원이 없어 정말 답답했다"며 "정확한 사망 원인과 사망 시간은 최종 진단을 내린 병원에서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양 죽음과 관련해 병원 측 과실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부검을 통해 감식하고 있다"며 "추락으로 인한 파열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양이 방문한 여러 병원들은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진단 내용과 사망원인을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병상이 부족해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며 "당시 우리 병원에는 의식이 없는 환자가 급하게 이송되는 등 촌각을 다투는 환자가 많아 수용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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