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형숙박시설? 분양 받으면 '큰 일'…매년 억대 이행강제금 각오해야

입력 2023-03-27 16:21:26

전국의 생활형숙박시설(생숙) 수분양자들이 억대에 가까운 이행강제금을 부과 받을 상황에 놓였다. 오는 10월 14일까지 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지 않고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경우 매년 시세의 1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 되는데 아직까지 전국에서 용도변경이 된 생숙이 전무한 상황이다.
생활형숙박시설은 일병 '레지던스'로 숙박용호텔과 주거형오피스텔을 합친 것이다. 건축법상으로 숙박시설로 분류되는 만큼 객실 내에서 취사와 세탁을 하는 등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취사와 세탁이 가능해 '집'처럼 사용해왔다. 특히 부동산 호황기 당시 생숙은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아 아파트 대체투자처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2021년 생활형 숙박시설의 주거 사용을 금지하면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토록 했다. 다만 시장의 혼란을 감안해 올해 10월까지 이행강제금 부과를 유예했으며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하도록 했다. 이를 지키지 않고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매년 시세의 1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당장 유예기간 종료가 7개월도 남지 않았지만 용도변경 사례가 전무한 상황이다. 그 이유는 용도변경을 신청하더라도 지구단위계획, 건축법 등의 문제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오피스텔로의 용도 변경에서도 주차장 확보가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생활형 숙박시설과 오피스텔의 주차장 설치 기준에서 차이가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입 당시 웃돈을 줬던 생숙 수분양자들이 급기야 계약금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 1억 원이 넘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붙이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 8월 입주를 앞둔 강서구 마곡동 마곡롯데캐슬르웨스트 분양권이 분양가보다 1억 원 이상 저렴한 가격에 매물로 나왔다. 이곳은 2021년 청약 당시 경쟁률이 6천49대 1를 기록하며 분양권에만 1억 원 이 넘게 웃돈이 붙었던 곳이다.
하지만 생숙인 이곳의 경우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을 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입주예정자협회는 올 초부터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해당 단지에 대해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을 하기 위한 지구단위계획 변경 및 주차장 조례 개정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해당 시설이 공급되는 강서구 마곡특별계획구역 내 마이스복합단지(CP2블록)는 숙박·업무·판매시설만 들어설 수 있고 지구단위계획상 오피스텔은 불허 용도로 지정돼 있어 서울시가 용도변경 승인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입주 예정자는 "용도 변경이 안되면 입주 이후에 매년 1억원에 가까운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라며 "정부는 용도 변경을 하라고 말하면서 지자체는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엇박자 상황에서 왜 죄 없는 우리들만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곳뿐 아니라 생활형숙박시설이 많이 있는 인천 송도나 부산 해운대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에이치스위트해운대'가 지난해 5월에 생숙 가운데 처음으로 용도 변경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 측은 "국토부와 지자체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라며 "주거를 위해서 생숙을 분양받은 이들은 순식간에 불법 거주자가 될 판인데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