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 대한민국 은행권 신용경색 우려…"세계 경기 악화 조짐"

입력 2023-03-27 15:22:45 수정 2023-03-27 16:06:54

이달 9~15일 美 은행권 예치금 128조 급감
대한민국 저축은행 연체율 5% 넘어 ‘경고등’

실리콘밸리은행(SVB) 로고와 미국 성조기. 연합뉴스
실리콘밸리은행(SVB) 로고와 미국 성조기. 연합뉴스

미국발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유럽발 크레디트스위스(CS)가 무너지는 등 전 세계에 신용경색 우려가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 금융권도 저축은행들을 중심으로 신용대출 연체율 급증,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실 등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세계 경제성장률 하락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6일(현지시간) CBS 방송 인터뷰에서 "은행권 스트레스가 얼마나 광범위한 신용경색으로 이어지고 경제를 둔화시킬지 불명확하다"면서 "매우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루이스 데긴도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는 한발 더 나아가 "(최근의 은행권 혼란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신용(융자) 기준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본다"면서 "이는 경제에 저성장과 저(低)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준에 따르면 은행들이 연달아 무너진 지난 9∼15일 1주간 미국 은행권의 예치금(계절조정 기준)은 17조5천억 달러(약 2경2천조원)로 984억 달러(약 128조원) 줄어 거의 1년 사이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미국 금융안정감독위(FSOC)도 지난 24일 예정에 없던 회의를 열고 "미국 은행 시스템은 여전히 건전하고 탄력적"이라고 대응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당국이 은행권에 대한 긴급 대출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 역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 연체율이 5%가 넘는 등 경고등이 켜졌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과 5대 은행, 보험사, 여신전문금융사의 전체 신용대출 연체액은 2조5730억원으로 전년보다 34.41% 증가했다. 이중 저축은행 신용대출 연체액은 코로나19 확산 이후인 2020년 3.6%까지 낮아졌다가 2년 만에 1.6%p 올랐다.

제2금융권의 주담대(주택담보대출) 연체도 증가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연체액과 증가율은 ▷보험사 1291억원(67.92%) ▷여신전문금융사 699억원(15.37%) △저축은행 289억원(87.8%)로 집계됐다.

씨티그룹은 은행 건전성 우려에 따른 시나리오별로 올해 세계 성장률이 1.5∼2.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7일 올해 세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6%로 전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WSJ(월스트리트 저널)은 성장률 둔화 우려뿐만 아니라 2007∼2009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를 떠올리는 견해도 있다면서도, 당시보다 은행들이 튼튼하고 정부도 서둘러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