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멈춰버린 '개구리소년'…32주기 앞두고 '추모비 이전' 목소리

입력 2023-03-22 16:04:44 수정 2023-03-22 21:42:54

5m 떨어진 평지 최적지 거론…市 "공식 제안 오면 검토할 것"
대구경찰청 "수사 계속…유의미한 결과는 없어"

22일 찾은 대구 달서구 와룡산 개구리소년 추모비. 올해 사건 32주기를 맞아 오른쪽에 보이는 추모비를 왼쪽 평지 쉼터로 옮겨 작은 추모공원으로 만들자는 주장이 나온다. 채원영 기자
22일 찾은 대구 달서구 와룡산 개구리소년 추모비. 올해 사건 32주기를 맞아 오른쪽에 보이는 추모비를 왼쪽 평지 쉼터로 옮겨 작은 추모공원으로 만들자는 주장이 나온다. 채원영 기자

32년 전 아들 고 우철원 군을 잃은 우종우(75·개구리소년 유가족 대표) 씨는 일주일에 한 두 번씩 '개구리소년 추모비'를 찾는다. 추모비는 비탈길에다 도롯가와 인접한 탓에 마땅히 추모할 공간조차 없는 형편이다. 우 씨는 "추모비를 세워준 것만으로도 고맙지만, 앉아서 커피 한잔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는 27일 개구리소년 32주기를 추모제를 앞두고 추모비 이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식 명칭은 '개구리소년 추모 및 어린이안전 기원비'인 이 비석은 지난 2021년 3월 사건 30주기를 맞아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선원공원 한켠에 건립됐다. 대구시가 시비 5천500만원을 들인 가로 3.5m, 세로 1.3m, 높이 2m 크기의 화강석엔 실종 아동을 추모하고 유사 사건을 방지하자는 뜻이 담겼다.

문제는 추모비가 협소한 부지에 세워진 탓에 유족이 쉴 공간은 물론, 추모행사를 진행할 공간도 없다는 점이다. 애초 유골이 발견된 와룡산 4부 능선은 추모비를 세우기 힘들고, 다른 부지도 사유지와 험지인 탓에 애써 찾아낸 곳이 시유지인 현재 위치다.

추모비를 옮기자는 제안은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먼저 제기됐다. 지난해부터 5분발언 등을 통해 추모비 이전을 주장하고 있는 서민우 달서구의원은 "현 추모비 위치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산길이라 등산객이 지나가다 찾기도 힘들다"며 "애초 달서구청에 추모비 이전을 제안했지만, 시 사업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추모비 이전지로 유력하게 논의되는 곳은 현 위치에서 5m가량 떨어진 평지 쉼터다. 비탈길인 현 위치에 비해 부지가 넓고 경사도 없어 최적지로 거론된다. 이곳으로 추모비를 옮기고 소규모 추모공원을 만들어 개구리소년을 기억하자는 주장이다.

이전 의견을 수렴한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서구갑)은 "개구리소년을 추모할 최소한의 분향단이나 추모공원이 있어야 한다"며 "시나 구청과 협의해 국비 지원을 받아 이전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 측도 이전 논의에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우종우 씨는 "유족 대부분이 70대를 넘었고, 시간도 많이 지나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떻냐는 생각"이라면서도 "정치권에서 관심을 갖고 이전을 추진해주니 고맙다. 이왕이면 추모비를 옮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설치한 지 2년밖에 안 돼 현재로서는 이전 계획이 없지만, 공식적인 요청이 온다면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은 개구리소년 사건에 대한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9년 민갑룡 전 경찰청장이 재수사 의지를 밝힌 뒤 대구경찰청은 계속해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재수사를 시작한 뒤 100건 넘게 관련 제보가 들어왔고 진위나 수사 가치를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유의미한 결과는 없다"고 말했다.

개구리소년 사건은 지난 1991년 3월 대구 성서초 학생 5명이 도롱뇽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섰다가, 실종 11년 6개월 만인 2002년 9월 와룡산 중턱에서 유골로 발견된 사건이다. 도롱뇽알이 개구리로 와전되면서 개구리소년 사건으로 불린다.

22일 찾은 대구 달서구 와룡산 개구리소년 추모비. 채원영 기자
22일 찾은 대구 달서구 와룡산 개구리소년 추모비. 채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