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의 양보도 없는 양곡관리법…국회의장 중재에도 합의 난항

입력 2023-03-20 17:43:32 수정 2023-03-20 21:41:04

야권 연대 본회의 단독처리 전망…여당은 대통령 거부권 동원할 듯
민주당, '이미 한 차례 참았다', 23일 본회의에서 법안처리 강행의지 비쳐

김진표 국회의장이 20일 오후 국회의장집무실에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20일 오후 국회의장집무실에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처리를 위해 한 차례 뜸을 들이는 성의를 보였지만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여당이 정부의 의무매입을 규정한 법안 내용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여야 합의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야당이 단독처리를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해 한 차례 더 법안처리를 미룬 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연대해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이 다시 국회로 돌아오는 '파행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정치권에선 여야 모두 내년 총선을 겨냥해 핵심 지지층으로부터 점수를 따야 하기 때문에 '협치'보다는 '강대강 대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20일 국회의장실에서 만나 양곡관리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한 막판 논의를 진행했다. 국회의장은 양곡관리법 합의안 도출을 주문했지만 여야 원내대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어려운 정치 현안이 많은 국회이지만 그래도 경제문제, 민생문제를 위해서는 협의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양곡관리법도 좀 타결해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으면 좋겠다"고 양당의 양보를 주문했다. 앞서 여야는 지난주 선거제도 개편안 전원위원회 회부와 'K-칩스법' 등에 합의했다.

하지만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해선 양당이 좀처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추가 협의를 통한 합의 처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입장 진전이 없었다며 23일 본회의 통과를 강조하고 있다.

앞서 김 의장은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직회부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표결을 직권으로 연기했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대구 수성구갑)는 "양곡관리법도 잘 해결돼서 합의로 처리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열심히 머리를 좀 맞대보면 좋겠다"며 "민주주의는 관용과 자제로써 성공한다는 말을 참 새겨듣고 있다. 민주당에서 좀 더 저희 말씀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이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는 23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정치권에선 여야가 정부의 의무 매입 조항과 관련 한 치도 양보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결국은 다수결에 의해 법안이 처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야당은 본회의 단독처리를 통한 실력 행사를, 여당은 여론전 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는 나름의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