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까맣게 탄 '흑' 사자들의 노력, KBO리그 새 바람 몰고올까

입력 2023-03-21 14:03:14 수정 2023-03-21 18:51:32

김우정 문화체육부 기자

김우정 문화체육부 기자
김우정 문화체육부 기자

"프로 무대에 와서 지금까지 이 정도로 뛰어본 적이 있나 싶어요. 확실히 역대급 훈련량입니다."

지난 10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한 삼성라이온즈 선수단은 모두 하나같이 까맣게 탄 모습이었다. 오키나와의 뜨거운 햇살 아래 '역대급' 훈련량을 소화하고 돌아온 선수단은 이전보다 한층 더 핼쑥해진 모습이지만, 눈빛만큼은 까맣게 그을린 피부와 대비될 정도로 자신감에 차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뚫고 KBO 리그 10개 구단은 올해 다시금 예전과 같은 해외 스프링캠프 훈련을 치렀다.

1982년 국내 프로야구 리그가 출범한 이듬해부터 각 구단은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처음 국내 각 팀은 가까운 일본에 스프링캠프를 차렸지만, 1985년 삼성이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스프링캠프를 처음 시작한 후로는 미국 괌 등지로 스프링캠프 훈련지 영역이 확장됐다.

당시 삼성은 야구의 본고장 미국의 체계화된 야구 시설과 메이저리그 팀의 선진 훈련 방식을 배우고 그해 전기와 후기 리그를 모두 우승하면서 해외 전지훈련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후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한동안 국내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던 각 팀은 팬데믹이 완화되면서 앞다퉈 해외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그중 삼성은 지난 시즌 이후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해외 마무리 캠프를 진행한 데 이어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사상 첫 1군·퓨처스가 모두 해외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해 스토브리그에서 삼성은 이렇다 할 외부 전력 영입은 없었다. 오히려 베테랑 선수들을 잇따라 FA 계약을 통해 다른 팀으로 떠나보냈다.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감독이 된 박진만 감독의 선택은 내부 육성과 팀 내 경쟁 강화였다.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 고육지책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기본으로 돌아가 선수단 전체의 체력 증진과 경쟁을 통한 시너지로 팀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만큼은 선수단의 공감을 샀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삼성 선수단은 하루 10㎞ 이상 러닝과 오전·오후 촘촘히 짜여진 훈련 스케줄을 소화했다. 스프링캠프지인 온나손 아카마구장 실내체육관은 늦은 시간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일례로 핵심 불펜으로 성장하고 있는 최충연은 이번 훈련 기간 1천 구 이상의 공을 던지겠다는 약속을 지켜냈다. 40일간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25구 이상의 투구를 한 셈이다. 보통 투수들이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하는 라이브피칭이 10~20구 정도임을 감안하면 쉽게 볼 투구 수가 아니다.

처음으로 해외 스프링캠프를 치른 퓨처스 선수단 역시 마찬가지의 혹독한 훈련 스케줄을 소화했다. 매일 수비와 배팅 훈련 등에 연습구 120개들이 박스 14개를 2차례씩 새로 채워 사용했다. 단순 계산으로만 5천40개의 공을 매일 훈련에 사용한 셈이다.

이런 연습량 덕분일까. 최근 시범경기에서 삼성은 투타 고른 활약으로 3연승을 거두는 등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범경기 성적은 정규 시즌과는 관계가 없다지만 성적을 떠나 눈에 보이지 않는 승리에 대한 집념과 자신감은 분명 영향을 끼칠 터이다.

이처럼 삼성은 과거 왕조의 영광에서 탈피해 '기본'을 단단히 다지기 위한 훈련 방식을 택했다.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 대표팀은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 수모를 겪었다. 한국 야구의 위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현실을 직시할 때다.

KBO 리그와 한국 야구에 큰 울림을 주기 위해 삼성은 이번 스프링캠프 노력의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 삼성이 리그에 불러올 새바람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