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찾은 삶과 죽음의 연결고리…변카카 개인전

입력 2023-03-16 15:13:56 수정 2023-03-17 07:59:29

3월 23일까지 달서아트센터 달서갤러리

변카카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웃어보이고 있다. 이연정 기자
변카카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웃어보이고 있다. 이연정 기자
변카카, Brrr..., 2023, 젤라틴, 식용식소, 설탕, 나이프, 포크, 숟가락, 바이브레이터, 가변설치.
변카카, Brrr..., 2023, 젤라틴, 식용식소, 설탕, 나이프, 포크, 숟가락, 바이브레이터, 가변설치.
변카카, The Last Dance, 2020, 단채널 비디오, 3분.
변카카, The Last Dance, 2020, 단채널 비디오, 3분.

식탁 위에는 예쁘고 먹음직스러운 파라핀왁스 디저트가 놓여있고 그 옆에는 회전초밥집에서 볼법한 컨베이어가 돌아가고 있다. 한쪽에는 주방을 환기하는 공조장치와 식칼을 사용한 작품도 보인다.

변카카 작가는 전시장을 자신의 주방으로 바꿔놓았다. 독일 유학시절 오랜시간 요리사로 일했던 레스토랑에서의 경험이 그의 작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 '요리 예술가'는 요리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 식재료에서 느낀 연민, 나아가 삶과 죽음의 연결성과 순환을 얘기한다. 생명이었던 것을 손질해 다른 생명을 연장하는 행위 속에 그는 삶과 죽음이 맞닿아있음을 실감한다.

전시장에 상영 중인 영상 '더 라스트 댄스'는 그 주제를 명확히 드러낸다. 뒤집어진 반구 위에 차려진 오뚜기 같은 주방에서 그는 요리 퍼포먼스를 펼친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며 식재료를 재단하고 해체하고 가열해 그릇에 정갈하게 배치하는 행위는 '죽음의 무도'와도 같다.

그는 "한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생명체를 섭취해야만 하고, 그렇게 하나의 죽음은 하나의 삶을 연장시키는 동력이 된다"며 "요리사는 그 중개자로서 불안과 동요 속에서도 순환의 지속성을 외친다"고 말했다.

변카카, 모듈러, 2023, 자작합판, 저속모터, 속도조절기, 돌, 모래, 어항, 식물, 새 박제, 가변설치.
변카카, 모듈러, 2023, 자작합판, 저속모터, 속도조절기, 돌, 모래, 어항, 식물, 새 박제, 가변설치.
변카카, 바니타스, 2023, 파라핀왁스, 가변설치.
변카카, 바니타스, 2023, 파라핀왁스, 가변설치.

전시 제목인 '1-1=1_EQUAL(같음)' 역시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작가는 "1은 자연계 각각의 생명을 뜻한다. 1-1은 0이 아니라, 또 다른 생명체 1에 흡수된 채 존재한다는 것이다. 생명이 다른 생명을 취해 삶을 연장하고 그 생명이 또 죽으면 자연에 흡수되는 관계에 대한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삶이 죽음의 원동력이자, 죽음이 삶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진실을 폭로한다. 죽음을 끝이 아닌 새로운 순환의 시작점으로 보는 그의 시선은 우리의 삶 속에 항상 죽음이 존재하고, 죽음이 막연히 두려운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손의 열기로 흔적을 남기지만 열기가 가시면 금세 사라지는 영상작업 '가립(假立)', 젤라틴과 설탕 등으로 만들어 시간이 지날수록 썩어 문드러지는 'BRrr...' 등의 작품에서도 그는 영원하지 않고 언젠가 사라질 찰나의 순간을 다룬다.

조하빈 미술평론가는 "작가는 이로써 언제나 우리가 생의 한가운데에서도 죽음에 사로잡혀 있음을, 삶은 늘 죽음의 그물망에 걸쳐진 채로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도록 한다"고 했다.

작가는 "죽음을 생각하고 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나는 죽음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얘기하고 싶다. 죽음이 막연히 두려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일상 속 익숙한 소재들을 통해 담아내려 했다"고 말했다.

변카카 작가의 8번째 개인전은 오는 23일까지 달서아트센터 달서갤러리에서 이어진다. 053-584-89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