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박서보미술관’ 첫 삽…“예천 박서보미술관 건립은 포기 상태”

서귀포 JW 메리어트 제주 내에 건립…내년 여름 개관

제주 서귀포에 내년 여름 개관할 예정인 박서보 미술관 조감도. 연합뉴스

박서보 화백이 14일 제주 서귀포시 JW메리어트 리조트＆스파에서 열린 박서보 미술관(가칭) 기공식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국내 대표 단색화가 박서보 화백의 이름을 딴 첫 미술관이 제주 서귀포에 건립된다.

기지재단은 14일 서귀포시 호근동에 있는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스파(이하 JW 메리어트 제주)에서 박서보미술관(가칭) 기공식을 열었다.

박서보미술관은 JW 메리어트 제주 부지에 대지면적 1만2천137㎡, 건축면적 2천407㎡, 총 건축면적 1만1천571㎡(전시관 900㎡) 규모의 지상 1층, 지하 2층 건물로 건립돼 내년 여름 개관할 예정이다.

미술관은 JW 메리어트 제주 내에 들어서지만, 투숙객이 아닌 사람들도 관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설계는 스페인 건축가 페르난도 메니스가 맡았다. 제주도와 유사한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의 테네리페섬 출신인 메니스는 '섬 정체성'을 반영한 건축으로 잘 알려진 건축가다.

기공식에 참석한 메니스는 "작가의 집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느꼈던 작가의 정신을 미술관 건축에 담으려 노력했다. 평생 존재할 수 있는 집(미술관)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미술관은 2019년 박서보 화백이 설립한 비영리재단인 기지재단이 운영한다. 기지재단은 개관과 함께 상설·기획전시, 교육, 행사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 새로 설립된 박서보장학재단과 함께 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모색한다.

한편 제주 박서보미술관이 첫 삽을 뜨면서 예천군이 추진해온 박서보미술관의 건립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 화백은 이날 기공식에서 "한 때 고향인 경북 예천에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 건립을 추진했으나 지금은 거의 포기 상태"라며 "예천은 가용인구 5만명의 시골이고 고령의 농업인들이 주로 살아 미술관을 지어도 1년에 한 번도 보러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예천군은 2025년 개관을 목표로 예천읍 남산공원 내 부지면적 7만1천700㎡에 연면적 4천832㎡,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박서보미술관 건립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공공건축물 설계가 공모로만 가능한 점과 예산의 한계로 건립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박 화백이 스위스 출신의 유명 건축가 피터 줌터에게 미술관 설계를 의뢰하려 했으나, 피터 줌터가 공모방식으로는 설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해와서다.

또한 건축법상 설계비 상한선이 12억원 정도여서, 건축계 노벨상으로 통하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해외 건축가들을 움직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라는 점도 걸림돌인 상황이다. 앞서 예천군은 "군민 모금을 통해 수의계약을 하던지 이마저 성사되지 않으면 박서보 화백을 설득해 다른 유명 작가를 추천받아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