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국민의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끝났다. 친윤(친윤석열) 진영 완승이다.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혼돈의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였지만, 국민의힘 당심(黨心)은 분명했다. 2021년 전당대회는 대선 승리를 위한 세대 연합을 내세운 이준석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고, 2023년은 당내 기반이 없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는 김기현 대표의 손을 들어 주었다. 물론 총선에서 승리할 후보도 중요하지만, 총선은 1년 하고도 1개월 후이고, 당장은 대통령 임기 초 국정의 성과를 우선으로 보았다. 3%로 출발한 김기현 대표가 53%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윤심 때문이었고, 이러한 윤심이 당심이 되었다. 이로 인해 결국 내년 총선은 윤 대통령의 몫이 되었다.
현재 윤 대통령의 1년 차 상황은 급박하다. 무엇보다 경제와 안보가 급선무다. 그래서 전당대회가 채 끝나기도 전에 한일 관계 정상화를 서둘렀다. 미중 디커플링 상황에서 한미일 경제・안보 체제를 시급히 구축해야 하는 금세기 초유의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정상적 사회를 위한 노동・연금・교육 개혁도 추진해야 한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국민과 소통이나 설득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도 못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문민정부에 걸맞게 개혁을 추진했다. 개별적 개혁은 성공적으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저항에 부딪혔고, 저항이 쌓여 임기 말의 국정은 실패했다. 개혁의 역설이다. 윤 대통령이 추진해야 하는 개혁도 그만큼 양보와 손해를 보는 층으로 인해 저항이 예상된다. 그러기에 YS의 역설 또한 우려된다.
개혁의 역설을 피하는 방법은 있다. 안 하거나 미루는 거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 실패를 반면교사로 철저한 지지층 챙기기와 지지층을 잃을 수 있는 개혁을 미루는 것이었다. 개혁을 미룰 수 있는 좋은 구실도 있었다. 임기 초는 적폐 청산이었고, 이후에는 코로나였다. 그러나 국민 중심이 아닌 시민으로 포장된 지지층 중심 국정으로 지지율을 관리한 결과 레임덕은 막을 수 있었으나 87체제 이후 정당의 연임에 실패한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다. 개혁의 역설을 피해 보려 했지만 지지층의 늪에 빠진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목표와 전략은 명확해지고 있다. 경제・안보 위기 극복을 위해 한일 관계 정상화를 통한 한미일 공조 체제 복원과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 의지가 강하다. 그리고 그 동력은 당정 일체와 지지층 결집이다. 지지층은 윤심 즉 당심으로 결집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민심이다. 역대 양자 구도 선거에서 보수나 지지층 결집만으로 승리한 경우가 잘 없다. 반드시 중도층을 얻어야 한다. 또한 지난 대선에서 보듯이 40대와 디커플링한 2030세대로 인해 캐스팅 보터도 2중 구조다. 이번 전당대회 전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 파동을 거치면서 세대 연합도 이전 같지 않다. 거기다 민주적 소통과 절차적 정당성을 중시하면서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수도권 중도층도 흔들린다.
실제 전당대회 이후 10, 11일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아주경제 의뢰 1천64명, 유선전화 면접 10.1%, 무선 ARS 89.9%, 오차범위 ±3.0%포인트,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39.7%로 29.2%의 더불어민주당을 앞서지만, 내년 총선에서 '정권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에 투표하겠다'가 46.2%로 '정권 안정을 위해 여당에 투표하겠다' 41.7%보다 앞서고, 수도권과 2030층 그리고 중도층에서 격차가 더 벌어진다. 결국 중도층이 많은 수도권과 2030층에서 벌써부터 견제 심리 조짐이 나타난다.
윤심을 앞세운 당심으로 김기현 당대표를 당선시켜 당정 일체 체제를 구축했지만 이번 당심은 민심과 상반되는 모습을 보였다. 김기현 당대표는 민심에서 한 번도 1위를 하지 못했다. 보수층 외에 중도층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민심이다. 그중에서도 중도층과 2030층이다. 결국 윤심으로 결집한 당심 vs 윤심 논란으로 멀어진 민심 구도가 만들어졌다. 여기까지다. 확실한 것은 윤심은 선(先)당심이었다. 그러나 아직 후(後)민심 전략이 어떨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젠 전당대회 당내 잔치는 끝났다. 총선은 민심이 결정한다. 개혁의 역설과 지지층의 늪을 건널 수 있는 윤심 당정 일체 지도부의 국정 운영과 선거 전략이 그것이다. 그러기에 다음 총선은 '윤석열 vs 윤석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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