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정부가 최근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제3자 변제' 방안을 밝힌 것을 두고 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의 주장을 빌려 비판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13일 오전 8시 12분쯤 페이스북에 '한·일은 결자해지(結者解之, 일을 저지른 사람이 풀어야 한다)의 원칙으로 돌아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단재 신채호는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고 했다. 역사는 민족의 희망이고 민족의 미래라 했다. 민족의 역사를 올바르게 아는 것이 미래로 나아가는 힘이기 때문"이라고 소개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에서 첫 번째 치명적인 결함은 아(我)와 비아(非我)의 구분을 없앤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한국의 대통령이 일본의 수상이 할 입장을 겸했다. 쌍방 대리 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민족의 입장에서 아(我)에 대한 기본인식과 이해가 없기에 굴복 선언일 뿐이다. '욕먹을 각오를 한 대결단'이라고 주장하지만 외교 기초조차 못 갖춘 매우 함량미달의 해프닝에 불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추미애 전 장관은 정부가 '김대중 오부치 선언'을 계승한다고 밝힌 점도 꼬집었다. 그는 "김대중 오부치 선언은 한·일이 '과거를 직시'하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윤석열 해법'은 '과거 직시'를 빼고, 과거를 묻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대비시켰다.
추미애 전 장관은 "강제징용을 당한 피해자도, 불법성을 거듭 확정한 대법원의 판결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대위변제가 불가능하다는 민법도 다 무시하고 있다. 오직 일본의 입장과 체면을 우선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일본은 아예 대놓고 국내외에서 강제징용도 없었고 종군위안부도 없었다고 큰소리치고 있다"며 "그럼에도 사실을 왜곡하는 일본에 대해 찍소리 한번 못하고 피해자와 민족의 의사에 반하는 대위변제를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김대중 정신도 아니고 김대중 오부치 선언의 계승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미애 전 장관은 앞서 언급한 단재 신채호를 가리키며 "올해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혁명선언' 100주년의 해이다. 뤼순감옥에서 민족의 역사서를 집필하다가 해방을 보지 못하고 순국한 신채호 선생은 오직 올바른 역사만이 민족의 희망이요, 힘이라고 했다. 온 민족이 생명과 삶의 조건을 모조리 유린 당한 암담한 시기에도 왜곡되지 않는 역사를 통해 민족정기를 세워 미래를 기약하려고 일생을 바쳤다"면서 "그 100년 후 선진국 반열에 든 독립된 내 나라에서 민족이 겪은 고초와 수난을 일국의 대통령이 비루한 자세로 박해자의 편에 서서 외면한다면 하늘에서도 통곡하실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선혁명선언은 1923년 단재 신채호가 의열단 지도자 김원봉 등으로부터 부탁을 받아 작성한 선언문으로 '의열단 선언'으로도 불린다.
추미애 전 장관은 "결자해지가 원칙이다. 강제동원도, 위안부도 불법을 저지른 쪽이 매듭을 풀어야 하는 것"이라며 "고르디안의 매듭을 풀 해법은 불법을 한 쪽의 반성과 사과이다. 돈이 아니다. 그러므로 '돈만 보고 누구 돈이면 어떠냐'는 식으로 들고나온 '윤석열 해법'은 매듭을 더욱 꼬이게 할 뿐이다.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르디안의 매듭은 풀면 아시아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는 예언을 듣고 찾아온 알렉산더 대왕이 칼로 단번에 벤 이야기에 등장한다. 발상의 전환이나 임기응변, 결단력 등을 강조할 때 쓰이는 소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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