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명·안전의 가치

입력 2023-03-09 11:44:26 수정 2023-03-09 18:28:46

박남서 영주시장

박남서 영주시장
박남서 영주시장

최근 사회가 복잡·다양해져 가면서 국가적 위기 환경이 변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짧은 시간에 쏟아지는 폭우와 폭설, 전례 없는 무더위,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 재난 등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각종 재난은 대형화·복잡화되고 있으며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위기 상황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진은 일본 등 외국에 한정된 재난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2016년 경주 지역과 2017년 포항 지역에서 연달아 지진이 발생했으며, 2019년 강릉을 시작으로 경북 울진까지 해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자연 재난의 무서움을 실감하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경주 리조트 붕괴(2014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2017년), 밀양 병원 화재(2018년), 세월호 침몰(2014년), 이태원 참사(2022년) 등 대형 사회 재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자연 재난은 예측이 힘들다손 치더라도, 사회 재난의 경우 조금만 더 세밀하게 준비하고 노력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 인재(人災)였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과 안타까움을 안겨주었다.

모든 재난은 개인이나 가족에게 닥칠 수도 있고, 집단 또는 사회 전체가 맞닥뜨릴 수 있기에 모두의 대비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재난 상황에 대한 비상 대응 체계와 매뉴얼을 숙지하고,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익히고, 대비한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초등학교 때부터 재난안전교육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예고 없이 화재 대비 훈련 등을 실시하지만 비상벨이 울리면 실제 상황처럼 질서 정연하게 대피하고, 밤늦은 시간에 갑작스럽게 실시하는 훈련에도 흔쾌히 동참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 같은 점을 인식하고 태백시에서는 '태백 365세이프타운'을 건립하고 '안전은 학습이 아니라 체험입니다'를 슬로건으로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부산 119안전체험관'에서는 '살아 있는 안전교육, 살 수 있는 체험교육'을 슬로건으로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재난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한 인식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체험 시설이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고 지방 중소도시에는 전무하다는 점이다.

최근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의 관광자원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안전보다 우선시될 수는 없다.

한 도시를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도시의 가장 큰 가치를 무엇으로 삼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안전'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공직자에게 있어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은 가장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사명이기 때문이다.

영주시는 시민의 안전을 모든 가치보다 우선시하는 '안전한 영주'를 만드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안전체험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영주는 우수한 교통 여건을 갖추고 있기에 인근 지역에 이르기까지 안전 체험 교육을 확산시켜 재난으로부터 지역의 안전을 지키는 수문장 역할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조선시대 예언서인 '정감록'(鄭鑑錄)에서는 온갖 자연재해와 재난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십승지지(十勝之地) 가운데 1승지로 영주(금계리)를 꼽았다. 예언이 사실이 될 수 있도록 '안전의 가치를 최우선하는 도시, 영주'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