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공계 기피, 의대선호 현상 바꿔야
주 52시간 노동 강제, IT 산업 경쟁력 해칠 수 있어
"로봇은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만난 하정우(45) 베어로보틱스(Bear Robotics) 대표의 일성이다. 하 대표는 "아무리 로봇 산업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인간의 본질을 해쳐서는 안 된다. 로봇은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보조하는 단계에 머물러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서빙 로봇 기업을 창업한 인물이다.
2017년 서빙 로봇 개발에 나서 2021년 구미에서 서빙로봇 '서비'(SERVI) 양산을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약 1만 대의 서빙 로봇을 생산해 1억 달러(한화 약 1천320억 원)의 매출 실적을 거뒀다. 서비는 현재 미국과 일본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 대표는 휴머니즘에 기반한 로봇 철학을 갖고 있다. 그래서 사람의 형상을 닮은 로봇은 만들지 않는다. 회사 이름에 들어가는 '베어'(곰)도 단군신화에서 착안했다. 신화에서의 곰은 인간이 됐지만 베어로보틱스의 로봇은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는 역설적 의미를 담았다.
이력도 독특하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 세계적 IT 회사(인텔·구글)에서 근무했다. 그러다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순두부 식당을 차렸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순두부 식당을 오픈했을 당시 종업원 문제로 너무 힘들어 서빙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이공계 기피→의대 선호 현상'과 주 52시간 노동시간을 강제하는 한국 사회 풍토도 꼬집었다.
하 대표는 "한국은 병원비가 너무 싸고 인프라가 잘 돼 있어서 진료를 마치고 팁을 줘야 하나 고민했을 정도였다"며 "모두 국가에서 의료보험을 통해 진료비 지원을 한다니 놀랐다"고 했다.
이어 "기초·응용 과학 분야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통해 세상을 바꿔나갈 인재를 키우는 게 글로벌 시대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너도나도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한국 사회는 외국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진풍경"이라고 덧붙였다.
주 52시간 노동제에 대해서는 심한 회의감을 나타냈다.
구글에서 주 80시간을 일했다는 그는 "실리콘 밸리에는 불이 꺼지지 않는다. 압축적으로 일해야 할 때 일을 하지 않으면 IT 분야에서는 실적을 내지 못하고 도태된다"고 경고했다.
하 대표는 마지막으로 "한국은 IT 분야에서 저력을 가진 나라다. AI를 기반으로 한 로봇 혁명 시대에 한국이 세계 속에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임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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