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정의용·서훈·노영민 등 불구속 기소

입력 2023-02-28 11:24:06 수정 2023-02-28 20:15:20

사건 수사 시작한 지 8개월여 만
국가정보원법 위반 직권남용 혐의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지난해 7월 12일 공개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사진은 탈북어민이 몸부림치며 북송을 거부하는 모습. 연합뉴스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지난해 7월 12일 공개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사진은 탈북어민이 몸부림치며 북송을 거부하는 모습. 연합뉴스

검찰이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으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7월 이 사건 수사를 시작한 이후로 8개월여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28일 정 전 실장, 서 전 원장, 노 전 실장, 김 전 장관을 국가정보원법 위반(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탈북 어민들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도록 지시해 관계 공무원들이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탈북 어민들이 한국에 체류하면서 재판받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들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시키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하면 안 된다는 국가정보원법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은 강제 북송 방침에 따라 중앙합동정보조사를 중단·조기 종결하도록 해 조사팀의 조사에 관한 권리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서 전 원장의 경우 조사팀의 조사결과 보고서에서 탈북 어민들의 귀순 요청 사실을 삭제하고, 조사가 진행 중인데도 조사가 종결된 것처럼 기재하는 등 허위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한 뒤 통일부에 배포하도록 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행사)도 있다.

정 전 실장 등은 해당 어민들이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한 흉악범이라 국내에 들여오면 국민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어 추방했다는 입장이다. 조사 조기 종료 혐의에 대해서는 '합동신문조사 기간과 관련한 법 규정이 없기 때문에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직권남용이 성립하려면 해당 탈북 어민들은 한국 국민이라는 점이 전제로 인정돼야 하는데, 이에 관한 판례가 별로 없어 법정에서 양쪽이 첨예하게 다툼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