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아이유 팬덤 건드리면 총선 위험" 장예찬 "판타지 소설 썼지 룸싸롱 술 얻어먹고 그러진 않아"

입력 2023-02-26 22:37:55 수정 2023-02-27 10:34:01

이준석, 장예찬. 연합뉴스
이준석, 장예찬. 연합뉴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열흘 앞둔 26일 저녁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를 비롯한 '친이준석계' 후보들을 지원 사격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후보 간 온라인 설전이 벌어졌다.

사회 이슈나 정책 사안 등을 두고 벌어진 설전은 아니다.

이날 오후 7시 32분쯤 나온 오마이뉴스 '[단독] 성관계로 불치병 완치? 장예찬, 여성연예인 성적 대상화 논란' 기사가 발단이 됐다.

▶이 기사에서는 장예찬 후보가 과거 '묘제'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던 시절 쓴 소설 '강남화타'의 한 부분을 두고 "주인공은 목이 아파 고음을 낼 수 없는 가수를 치료하기도 한다. 이 가수는 소설 속에서 10대부터 활동한 20대를 대표하는 여자 가수로서 3단 고음을 낼 수 있는 가창력을 소유한 것으로 묘사된다"고 설명, "실존 여성 연예인이 떠오르게 하는 인물을 등장시켰다. 여성 연예인을 성적 대상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많은 영화나 웹툰에 19금 장면이 나오는데, 선정적인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나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사회적으로 지탄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창작의 자유를 저해하는 나쁜 공격"이라는 장예찬 후보의 반론도 실었다.

장예찬 후보는 실존 여성 연예인 연상 부분과 관련해서는 "이름이 비슷하게 연상된다고 실제 연예인한테 피해를 끼친 것이라고 하면, 아마 대부분 웹툰이나 소설도 다 걸리고 문제가 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준석 페이스북
이준석 페이스북

▶이 기사가 나오고 20분 뒤인 이날 오후 7시 52분쯤 이준석 전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기사를 링크하면서 설전이 시작됐다.

이 게시물에서 이준석 전 대표는 "아니.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아이유 팬덤을 건드리면 총선이 위험해 진다"면서 "한번 제가 (소설을) 직접 읽어보려고 한다. 어느정도 수위인지"라고 했고, 이어 장예찬 후보를 가리킨듯 "뭐 먹고 살기 위해서 야설 작가는 할 수 있는 건데, 아이유 팬덤이 움직이면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야설은 '야한 소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장예찬 페이스북
장예찬 페이스북
장예찬 페이스북
장예찬 페이스북

▶그러자 장예찬 후보는 17분 만인 이날 오후 8시 9분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다른 분도 아니고 성상납 사건 관련 무고 의혹으로 기소의견 송치된 이준석 전 대표가 판타지 소설 내용으로 딴지를 거는 게 더욱 어이가 없다"고 반격했다.

그는 "오마이뉴스에 제보한 게 혹시 이준석 전 대표인가?"라고 물으면서 "저는 판타지 소설을 썼지 대전이든 어디든 남이 사준다고 해서 룸싸롱(룸살롱, 유흥주점)에서 술 얻어먹고 그러지는 않는다. 부끄러운 줄 아시라"고 이준석 전 대표의 성상납 의혹 무고 사건을 가리켰다.

이보다 앞서 장예찬 후보는 해당 기사가 나온 직후(14분 뒤)였던 이날 오후 7시 46분쯤 페이스북을 통해 "역시 오마이뉴스는 오마이뉴스다. 제가 탁현민(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의전비서관)처럼 에세이에서 음담패설을 했는가, 아니면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아들처럼 댓글로 여성 연예인 성희롱을 했는가?"라고 물으면서 "소설과 영화에서 사람이 죽으면 작가가 학살자가 되고, 베드씬이 나오면 성인지 감수성에 문제가 생기는 건가?"라고 따졌다.

이준석 페이스북
이준석 페이스북

▶그러는 사이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오후 8시 21분쯤 소설 속 해당 내용을 캡처한 것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페이스북에 첨부, 공세를 이어나갔다.

이준석 전 대표는 '암 인 마이 드림-임-임!'이라는 부분과 '이지은이 얼굴을 붉히며 삼단고음을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부분에 강조 표시를 한 캡처 이미지를 제시, 앞서 언급한 가수 아이유의 '3단 고음'으로 유명한 노래 '좋은 날'의 가사가 그대로 차용됐고, 아이유의 본명인 '이지은' 역시 그대로 소설에 쓰인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전 대표는 "저보다 빨리 읽어보신 분들이 보내주시는데 뭐 아이유 실명까지 넣고 가사까지 넣은 건 맞는 것 같다"고 했고, 이어 "아이유 팬 여러분 죄송하다. 국민의힘을 미워하지는 말아주시라. 그냥 후보 한 명의 행동이다"라고 장예찬 후보 대신 입장을 밝혔다.

이준석 페이스북
이준석 페이스북

아울러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오후 10시 22분쯤 페이스북에 장예찬 후보의 책 '강남화타'를 온라인에서 열람할 수 있는 '네이버 시리즈' 웹사이트를 링크, "앞부분 이제 조금 읽고 있는데, 이 작품이 12세 이상 열람 가능한 등급인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저는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한의사가 방중술에 정통해서 양기를 주입해서 병을 치료한다는 내용의 소설이 어떻게 '12세 금'일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여기서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고 언급한 것은 장예찬 후보가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밝힌 반론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이준석 전 대표는 "도대체 웹 소설물 등급 체계는 어떻게 동작하는지 좀 들여다보겠다. 우선 내용 다 읽어보고"라며 현재 책을 읽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기인 페이스북
이기인 페이스북

▶그러면서 이번 설전이 이준석 전 대표가 '미는'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대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후보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지 시선이 향하고 있다.

마침 단 한차례 열리는 청년최고위원 후보 방송토론회가 내일(27일) 오후 1시 30분부터 국민의힘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TV'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설전의 발단이 된 기사가 나온 '타이밍'에도 눈길이 갈 만하다. 토론회에서는 자유 토론 등의 시간에 해당 논란에 대해 지적하고 또 반박하는 모습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기인 후보는 이날 오후 11시 28분쯤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장예찬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 '국민의힘 청년 대표는 19금 야설작가'라는 이미지메이킹이 통한다"는 등 '국민의힘을 공격할 새로운 소재가 생겼다'는 취지의 반응이 나온 것을 전하며 "장예찬 후보님, 바로 이런 걸 역선택 효과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대선 승리를 위해 힘을 모으기도 했던 두 사람 간 갈등 구도는 이준석 전 대표가 징계를 받으며 직무정지된즈음이었던 지난해 8월 장예찬 후보가 국회 기자회견을 갖고 이준석 전 대표를 공개 비판하면서 대중들에 널리 알려졌다.

이후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종종 공방을 벌였으나 두 사람은 여전히 페이스북 친구 사이이다. 서로 올리는 게시물을 즉각 확인할 수 있고, 이에 빠른 속도로 온라인 설전을 벌일 수 있는 상황이다.

비판 글이 올라오면 단 10여분 만에 반박 글을 공개하는 등 이러한 속도는 기성 정치인들은 쉽게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