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재 한국교통안전공단 대구경북본부장
차량이 많아도 너무 많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인구는 5천160만 명인데, 차량 수가 2천500만 대를 넘어섰다. 2명당 차 1대가 있는 셈이다.
차량은 보행자에겐 위협적인 존재다. 그렇다고 차를 없애자는 얘기는 아니다. 과거 인간 생활 3대 요소로 배운 '의·식·주'에서 '차'까지 포함해 4가지 기본 요소로 바뀐 지 오래다. 결국 걸어 다니는 사람과 빠르게 이동하는 차가 안전하게 공존하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이나 차가 많은 곳에는 신호기를 설치해 신호에 맞춰 움직이도록 하면 된다. 하지만 여기저기 전봇대처럼 신호기를 설치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생겨난 것이 과속방지턱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과속방지턱이 턱없이 많다'고 한다. 행정안전부에서 공개한 대구 시내의 과속방지턱은 2천936곳에 있다. 보행자 보호, 노상주차 억제 등 다양한 이유로 공식적으로 설치한 것 외에 개별적으로 설치한 것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이다.
약도 오남용하면 건강을 해치듯, 과속방지턱도 규격에 맞지 않거나 불필요하게 설치하면 차도 사람도 해칠 수 있다.
과속방지턱에 왜 이렇게 호들갑인가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안전을 위해선 세심하고 민감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특히 요즘엔 이륜차나 개인형 이동수단(PM) 운행도 많아지고 있어 과속방지턱으로 인한 전도 및 전복 사고나 과속방지턱을 피해 운행하려다 보행자를 치는 사고가 우려되기도 한다.
아무리 규격에 맞게 설치된 과속방지턱이라 하더라도 평평한 도로를 주행하도록 제작된 차량이 돌출된 형태의 턱을 반복적으로 마주하게 되면 차량에 무리가 가기 마련이다. 과속방지턱 충격으로 차량 등화장치 고장이 유발되기도 하고, 충격흡수장치(서스펜션)에 무리가 가게 되어 차량 손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차량의 서스펜션 기술은 세계 수준급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 유독 많은 과속방지턱이 한몫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요즘은 고령자나 임산부 등 노약자를 위해 저상버스 운행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실내 바닥 높이가 낮은 저상버스의 운행에도 지장을 주게 되고, 안정적으로 이송되어야 할 응급환자를 실은 긴급 구조 차량의 운행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내연기관차량의 표준 지상고에 맞춰서 만들어진 규격 때문에 차량 하부에 배터리셀이 장착된 전기차 경우에는 과속방지턱과의 충격에 의한 화재 우려도 제기된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이 없을까? 도로에서 돌출시킨 수직형 과속 방지 시설물을 수평형으로 바꿔 나가는 게 필요하다. '교통정온화'(Traffic Calming)라고 해서 도로폭의 일부 구간을 좁히거나 완만한 커브를 주고, 이동형 식수대를 설치하여 차량이 속도를 올리지 못하도록 한다든지, 운전자 시각에서 속도 저감 구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착시형 픽토그램(Pictogram)을 노면에 그려서 운전자들에게 자발적으로 감속을 유도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것이다.
차로를 좁아 보이도록 하는 지그재그형 차선, 감속 유도 노면표지도 착시형 도로표지의 범위에 포함될 것이다. 어린이나 노인들이 많이 보행하는 도로 바닥에 운전자들이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사람이 보행하는 모습의 픽토그램을 표출하여 운전자에게 속도 저감 경각심을 주도록 한다면 보행자도 차도 조금 더 안전해질 수 있다.
내 주변의 교통환경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개선해야 할 것들을 하나씩 챙겨보자. 분명히 시민들의 몫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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