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기 일주일 앞두고 부상자대책위 소집
폐에는 가래 가득, 정상적 대화 힘들 정도
사고 16년 지나 지원사업, 그나마도 올해 마지막
금전적 한계 때문에 대책위 존폐 기로
"아직도 폐에는 가래가 가득하고 수면제 없이는 잠도 못 잡니다."
11일 정오쯤 대구 중구 2.18부상자대책위원회 사무실에 부상자와 부상자 가족 등 20명이 모였다. 사방에선 가래 끓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사람도 많았다. 온 힘을 다해 어렵게 입을 뗀 이들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단 하나. 도와달라는 절규였다.
오는 2월 18일 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를 앞두고 부상자대책위원회가 소집됐다. 이들은 국가가 부상자들에 대한 치료와 관리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야한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이동우 부상자대책위원장은 "20주기를 앞두고 부상자들의 근황과 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이 어떤 것인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며 "시간이 갈수록 부상자들의 육체적·정신적 피해는 커지고 있지만 지원은 점차 줄어들어 생활고를 겪거나 가정이 파괴된 이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을 꾸준히 관리하기 위해 사고가 난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대구시에 위기상담센터 등 전문기관 설치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사고가 나고 16년 뒤에야 제정된 부상자 의료지원 조례에 따라 마련된 의료비 지원사업도 사업기간이 올해까지"라고 덧붙였다.

회의에 참석한 이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의 근황을 나누기 시작하자 이내 사무실은 한숨으로 가득찼다. 몇몇 사람들은 화를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들은 생존이 후회될 정도로 지난 20년간의 삶이 지옥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사고 당시 일터로 향하던 박숙자(66) 씨는 곧 열차가 출발한다는 기관사의 방송만 믿고 자리를 지키다 이후 가까스로 구조됐다. 하지만 이미 많은 유독가스를 들이마셨고 이후 호흡기 수술만 서울을 오가며 11번이나 했다. 그는 "정상인에 비해 기도의 크기가 3분의 1에 불과해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힘겹다"고 울먹였다.
사고로 딸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 지금까지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민금순(65) 씨는 "사고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딸은 이제 40대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최근까지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후유증이 심각하다"며 "부상자뿐 아니라 부상자 직계가족에 대한 지원도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에 진행된 '지하철참사 부상자 실태조사'도 실망스럽다고 호소했다. 부상자별로 근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대부분 전화를 통해 조사가 이뤄졌고 구체적인 데이터도 확보되지 않았다. 대구시와 부상자대책위에 따르면 실태조사 응답률은 약 40%대에 그쳤다.
이 밖에도 이날 회의에서는 부상자대책위의 존폐여부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지금까지는 이동우 부상자대책위원장의 개인사비와 부상자 가족들의 후원금으로 위원회가 꾸려졌지만 몇 년 전부터 금전적 한계에 봉착한 탓이었다.
부상자들은 "이곳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기관이 생기기 전까지라도 위원회가 없어져선 안된다"라며 "위원회가 없어지면 앞으로 부상자 관리는커녕 관심을 주는 곳도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대구지하철참사는 지난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2분쯤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서 화재가 발생해 192명이 죽고 151명이 다친 사건으로 올해 20주기를 맞는다. 이를 추모하기 위해 부상자대책위는 자체적으로 이날 중앙로역 지하 2층 '기억공간'을 찾아 헌화를 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전국 재난·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 등은 오는 13일 2.18지하철참사 20주기 추모위원회 발족과 추모주간 선포를 예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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