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동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지하철 적자 문제로 전국의 '지공거사'님들이 연일 국민적 도마 위에 올라 난도질을 당하고 있다. 전국 도시철도의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지하철을 공짜로 이용하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그 적자의 화살이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은 지하철이 다니고 있는 서울·부산·대구·대전·인천·광주 등 6개 도시철도의 최근 5년간 연평균 순손실이 1조3천165억 원이고, 누적 적자가 약 24조 원이나 돼 더는 감내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 가운데 무임승차 손실액이 연평균 5천500억 원으로 지하철 재정적자의 30%를 차지한다고 한다. 노인들의 무임승차가 지하철 적자의 주요인이라는 것이다. 일견 이해는 된다.
만 65세 이상에게 적용되는 도시철도 무임승차제는 1984년 처음 실시됐는데 당시만 해도 전국 65세 이상 비율이 4%에 불과했다.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 현상으로 65세 이상이 지난해 말 이미 18%로 4배를 넘은 데 이어 2030년에는 30%, 2050년에는 4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로 가면 무임승차가 지하철 재정 악화를 더 부채질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진단이다. 특히 올해는 정말 많은 '58년 개띠' 세대가 65세가 되면서 국내 노인 인구가 1천만 명을 돌파하게 됨에 따라 이 추세라면 지하철 무임승차 금액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40년이나 된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의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국민 그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노인들의 무임승차가 과연 만성적인 지하철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일까?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2017년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특히 2021년에는 무임승차 인원이 2019년에 비해 25%나 줄었는데도 적자는 오히려 껑충 뛰었다. 서울지하철공사의 인건비는 2017년 출범 이후 매년 1조 원을 넘기고 있는데 매출과 수지에 관계없이 인건비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는 이유야 어쨌든 인건비 감축 노력이 없었다고 봐도 무방한 무능 경영의 표본이다. 또 적자 회사인데도 2020, 2021년 매년 성과급을 1천억 원 넘게 지급했다고 하니 방만 경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도 대규모 적자의 화살을 힘 빠진 노인들의 무임승차로 돌린다. 이게 타당한가?
생각해 보자. 무임승차하는 노인들이 많으면 지하철이 좀 복잡하고 불편하긴 하지만 노인을 태우기 위해 유료 승객의 승차를 막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노인 승객 때문에 일부러 전동차의 운행 횟수를 늘리거나 노선을 연장하거나 전동차 수를 늘리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무임승차 연령을 갑자기 상향하면 그동안 돈 안 내고 타던 노인들이 꼬박꼬박 돈을 다 내면서 지하철을 타고 다닐까?
사실,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하지만 교통 요금에서만큼은 '노인을 위한 나라'다. 독일과 호주, 네덜란드, 덴마크는 노인들에게 지하철 요금을 40~50% 할인해 주고 일본과 프랑스는 소득 수준별로 할인율을 차등화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도 주마다 다르나 대체로 50% 할인해 준다. 영국은 출퇴근 시간대에는 할인해 주지 않는다. 특히 일본은 할인이 적용되는 노인 연령을 70세로 규정하고 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인 바가 없지 않으나 그렇다고 우리도 노인 연령을 갑자기 5년 올려 70세로 규정하는 것은 사회적 반발과 정치적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공짜는 무조건 잘못됐고 노인을 단지 귀찮은 '공짜 승객'으로 폄하해선 안 된다. 공짜가 나쁘다면 학생들을 위한 무상급식은 왜 하는가? 그렇듯이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도 노인복지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하철 요금 부담 때문에 노인들이 외출을 하지 못하고 집에만 머물러 있다면 운동 부족으로 인한 각종 질병이 발생할 것이고 이에 따른 건강보험료 증가 등 또 다른 사회적 비용 부담과 여러 문제점들이 유발될 것이다. 오히려 노인복지는 더 늘려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6월 말부터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시내버스 무상 이용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사회복지 증대 차원의 매우 바람직한 정책으로 주목된다.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지만, 매번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는데 마침 올해는 선거가 없는 만큼 차제에 정부, 지자체,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수혜 연령 상향이나 이용 시간 제한 등 합리적 대안이 도출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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