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는 초반부터 '윤심팔이' 경쟁으로 출발했다. 대부분의 후보가 자신의 비전이나 능력보다 윤심의 적임자임을 선전하였다. 집권 여당 후보들의 치졸한 윤심 경쟁이 계속되었다. 후보의 정책이라곤 막연한 내년 총선 승리뿐이며 윤심 경쟁은 과열되었다. 후보들 간의 이전투구식 윤심 대결이 여론의 비난에 부딪치자 상호 그 책임만을 전가하였다. 급기야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이를 제지하려는 자제령을 발동하였다. 과거 볼 수 없었던 이상한 형국이 조성되었다. 지난해 정권 교체 후 '윤핵관'들은 대통령의 최측근을 자처하고 시대착오적 정치 행태를 자행하였다. 여기에는 이들 부부를 관저로 초청해 격려한 대통령에게도 책임의 일단이 있다. 급기야 대통령실의 윤핵관 사용 금지령까지 내려졌다. 이런 정황에서 80만 당원의 표심은 어디로 향할까. 윤심팔이의 역풍이 감돌거나 부메랑이 되지 않을까.
'윤핵관'이란 용어는 지난해 이준석 당대표의 당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되었다. 이준석 당대표에 대한 두 차례의 가혹한(?) 징계도 윤핵관이나 윤심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당원 100% 당규 개정도 대통령의 입김이 작동한 것이 사실이다. 반윤을 표방한 유승민 배제를 위한 방책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1위를 유지하던 유승민은 여지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결국 지난주 '경선 참여가 아무런 의미 없다'고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윤심에서 벗어난 이준석과 유승민은 결과적으로 희생자가 되었다. 이런 정황 앞에서 당대표 경선자들은 윤심팔이 경쟁에 투신할 수밖에 없었다. 중도 개혁을 지향하는 유승민, 이준석 지지 표는 천하람이나 안철수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윤심팔이 선거판의 일종의 부메랑이며 당연한 귀결이다.
여기에서 윤심과 관련한 나경원의 출마 포기도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그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퇴와 대통령실의 전격적 '해임' 발표는 상당한 정치적 파장을 남겼다. 중진 정치인 해임이라는 중징계는 윤심에 대한 거역과 불경죄의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에 나경원은 자신의 해임이 대통령의 뜻이 아니라는 주장을 해 또다시 마찰을 빚었다. 그는 솔로몬 재판의 친엄마 심정으로 자신의 후보 포기 입장을 선포했다. 당내 여론조사 1위였던 나경원의 출마 포기는 윤심 논쟁에 더욱 부채질을 가하였다. 고위 공직을 수용하고 정통 보수 입장을 견지해 오다 출마를 포기한 그의 표심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그의 출마 포기는 안철수의 지지율 급상승으로 이어졌다. 부초 같은 표심이 김기현에게는 역풍이 되고 부메랑이 된 셈이다.
후보 등록 후 경선 구도는 안철수와 김기현의 양강 대결로 압축되었다. 안철수는 '김장연대'에 맞서 '윤안 연대'로 맞대응하였다. 예상과 달리 최근 안철수의 여론조사 결과는 김기현을 압도하고 있다. 안철수의 다양한 정치 경력이나 능력, 선거 전술의 우세 때문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가 철부지 정치인 이미지에서 벗어난 까닭일까. 그의 정책과 발언은 과거에 비해 세련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의 지지율 상승은 김기현의 지나친 윤심팔이 역풍이라 볼 수 있다. 현재 안철수는 윤심팔이 선거판의 수혜자이고 김기현은 피해자가 되어 있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이를 결코 방치하고만 있지 않았다. 안철수에 대한 엄중 경고와 견제가 시작되었다. 이러한 대통령실의 강경 조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일반 선거 시에는 정책이나 인물보다 구도와 바람이 승패를 좌우한다. 당대표 경선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윤심 경쟁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다. 원칙 면에서 윤심에 대한 충성도가 당대표 선거 결과를 좌우한다면 이는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대 정당정치에 역행하는 반민주적이고 퇴행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생물이고 선거판은 바람 따라 움직이는 요물이다. 대통령은 이번 경선에서 엄정 중립을 선포해야 한다. 대통령은 과거 친박과 비박의 분열이 대통령의 탄핵을 초래한 역사를 다시 새겨봐야 한다. 민주 정당 조직은 결코 상명하복의 일사불란한 검찰 조직이 아니다. 대통령이 중도 개혁 노선까지 포용하는 열린 자세를 지닐 때 역동적인 집권 여당이 탄생하고 국정의 동력도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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