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로스쿨 유감(遺憾)

입력 2023-02-06 20:12:11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대한변호사협회 로스쿨 평가위원회의 최근 5년간(2017년 3월~2022년 2월) 전국 25개 로스쿨에 대한 운영 실태 점검 결과가 파문을 낳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증' 평가를 받은 곳은 경북대·영남대·연세대·부산대·동아대·외국어대·한양대·강원대 등 9곳에 불과하고, 서울대·고려대·성균관대·전북대·전남대 등 무려 13곳이 '조건부 인증'에 그쳤다. 경희대·서강대·인하대는 아예 '한시적 불인증'이라는 사상 초유의 평가를 받아 들었다. 로스쿨 평가위는 법적 기구이다. 교육부가 평가 결과를 확정하면, '조건부 인정' '한시적 불인정' 평가를 받은 로스쿨은 추가 평가 또는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 재정 지원이 줄어들 수도 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즉각 반박했다. 일부 로스쿨의 경우 변협 평가위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할 조짐이다. 5년 전(인증 23곳, 조건부 인증 2곳)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는데도 이처럼 참담한(?) 결과가 나온 것은 로스쿨 교육의 질(質)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숫자를 줄이려는 변협의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 로스쿨과 변협이 그동안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숫자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탓이다. 로스쿨 진학을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 응시자는 2013년 6천980명에서 2023년 1만3천193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최근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54%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법시험 대신 로스쿨을 만들면서 교육 당국은 '고시 낭인'을 없애고 다양한 전공을 가진 변호사를 배출하겠다고 했다. 강제로 없어진 '고시 낭인'의 자리를 '변시 낭인'이 대체하는 셈이 됐다. 다양한 전공의 우수한 변호사 양성이라는 로스쿨 출범 취지 역시 의문이 남는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야만 변호사 자격이 생긴다. 하지만 변호사 시험과 로스쿨이 따로 놀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 언론의 조사 결과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로스쿨 수업과 별도의 사교육 강의를 듣고 있다"는 응답이 로스쿨생의 90%를 차지했다. 초·중·고에서 학부모의 '영혼'까지 털어가던 사교육이, 졸업을 하려면 억대의 비용이 든다는 로스쿨에서조차 성행하는 것은 분명히 '낙제 평가'를 받을 만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