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10개 시군 생활폐기물 어쩌나…정상가동까지 길게는 반년 걸려

입력 2023-02-05 17:32:27 수정 2023-02-05 19:00:25

경북 '맑은누리파크' 화재…"음식물쓰레기 반입재개, 생활폐기물 길면 반년 중단"
소각 쓰레기 처리는 계속 중단…시·군 자체 소각, 보관 후 위탁처리
"완전 복구에 4∼6개월 추정, 주민 쓰레기 수거 큰 문제 없어"

5일 화재 진화가 끝난 광역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인 경북도청 신도시 내 맑은누리파크의 가동 중단으로 내부에 보관 중이던 생활폐기물이 덤프 트럭 등에 적재돼 외부로 반출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5일 화재 진화가 끝난 광역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인 경북도청 신도시 내 맑은누리파크의 가동 중단으로 내부에 보관 중이던 생활폐기물이 덤프 트럭 등에 적재돼 외부로 반출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경북 북부권 광역 폐기물 처리시설인 '맑은누리파크'에서 32시간에 걸친 큰 불이 나 소각장 설비 등이 피해를 입었다. 불길을 잡은 뒤 시·군 음식물쓰레기는 반입을 재개했으나, 불에 탄 저장고로 들어가던 생활폐기물은 길게는 반년 간 갈 곳을 잃게 됐다.

◆발 묶인 시군 생활폐기물 처리…한동안 자체 소각·민간 위탁

5일 경북도와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10시 22분쯤 발생한 맑은누리파크 생활폐기물 저장고 화재가 32시간 만인 이날 오전 7시쯤 완전히 진화됐다.

경북도청 신도시 등 경북 북부권 10개 시·군의 생활 및 음식물 폐기물을 처리하는 맑은누리파크는 경북도가 민간투자사업으로 2천97억원을 투입해 2019년 준공했다. 민간투자자에게는 20년 간 운영권을 줬다.

생활폐기물 소각시설(자원회수시설)과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유기성 폐자원시설) 등 지하 1층∼지상 4층 5개 시설동이며, 전체 면적이 2만3천211㎡이다.

하루에 불에 타는 폐기물 390t과 음식물 쓰레기 120t을 처리할 수 있다.

경북도는 화재 발생 직후 이곳에 생활폐기물과 음식물쓰레기 반입을 중단했다가 화재를 진압한 뒤부터 음식물쓰레기에 한해 반입을 재개했다.

음식물쓰레기 처리 시설은 화재 피해가 크지 않아 정상 가동하고 있다. 소각 대상인 생활폐기물은 저장고와 크레인 등 시설이 불에 타 처리할 수 없는 만큼 시·군별로 자체 처리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맑은누리파크에 생활폐기물을 반입하던 북부권 10개 시·군은 자체 소각, 매립장 보관 후 위탁 처리 등 긴급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안동과 영주, 군위, 청송, 영양, 봉화, 예천은 매립장에 보관 후 민간에 위탁하기로 했다. 예천군은 일평균 25t 생활폐기물 전량을 맑은누리파크에 맡겨 왔다. 시설을 복구하는 동안 이를 민간 업체에 맡겨 처리할 계획이다.

청송군 경우 지역 내 발생하는 일평균 20t 생활폐기물 가운데 40%를 맑은누리파크에 공급하고 나머지는 칠곡의 민간 처리장으로 보내 왔다. 한동안 전량을 칠곡 처리장에 보낼 예정이다.

이대성 청송군 환경관리과장은 "지난해에도 2개월가량 맑은누리파크에 보내지 못한 적이 있으나 큰 문제는 없었다. 차질이 없도록 대처하겠다"고 했다.

상주, 의성은 자체 소각하거나 일부 위탁 처리할 계획이다. 의성군은 일평균 15t 생활폐기물 가운데 자체 소각분을 제외하고 맑은누리파크에서 처리하던 2t을 한동안 민간 업체에 맡긴다.

문경은 자체 처리장에서 소각한다.

생활폐기물 반입 예정이던 영덕은 올해 말부터 이곳에 폐기물을 반입하기로 했던 터라 이번 화재에 따른 문제는 없다.

경북도 관계자는 "한동안 시·군 매립장에 쓰레기를 보관해야겠지만, 주민들이 내놓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북도청 신도시 내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인
경북도청 신도시 내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인 '맑은누리파크'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16시간 만인 4일 오후 2시 5분쯤 초진을 완료하고 내부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반입 생활폐기물, 저장 거치지 않고 곧장 소각 검토"

일각에선 맑은누리파크 건립 계획 단계에서 검토했던 전처리시설이 있었다면 소각할 수 없는 폐기물을 거를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도 나온다.

경북도는 2009년 경북도청 신도시 계획 당시 주민 폐기물처리 시설을 설치하고자 맑은누리파크를 계획하면서 종량제봉투를 개봉해 소각할 것만 걸러주는 전처리시설을 설치하고자 국비 예산을 배정받고자 했다.

그러나 시군에 따라 이미 전처리시설을 둔 곳도 있어 이중 지출인 데다, 경북 북부 10개 시군 생활폐기물을 모두 개봉하려면 시설 운영 및 유지보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우려가 나와 계획을 폐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겨울철보다는 여름철에 폐기물이 급증하는 만큼 복구가 장기화할 경우 지자체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는 긴급조치 후속 대책으로 한동안 맑은누리파크에 반입할 생활폐기물을 저장고에 보관하지 않고 이동식 크레인을 써서 곧장 소각로에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준비에는 2주가량 걸릴 전망이다.

이 방법을 적용할 수 없다면 완전 복구 때까지 시·군 자체 처리를 계속해야 한다. 도는 피해 정도에 따라 완전 복구 후 정상 가동까지 길면 4∼6개월쯤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경북도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나면 전문기관을 투입해 정확한 피해 상황과 복구계획 등을 수립한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완전 복구에 필요한 기간을 4∼6개월로 추산했다. 자재와 보수업체를 일찍 확보해 피해시설 복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겠다"고 말했다.

경북도청 신도시 내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인
경북도청 신도시 내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인 '맑은누리파크'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16시간 만인 4일 오후 2시 5분쯤 초진을 완료하고 내부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