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화환으로 서로의 졸업 축하한 삼남매
끝까지 학업 마무리한 서로가 자랑스러워
"대학생 딸들이 이모들이랑 같이 졸업한다고 만든 축하 리본이에요."
수성대 졸업식이 있던 지난 3일 대구 수성구 만촌동 수성대 캠퍼스에는 '인간화환'이 곳곳에서 졸업기념 사진을 담느라 분주했다. 좌중의 눈길을 끈 '인간화환'은 졸업 등 기념일에 톡톡 튀는 축하 문구를 화환띠에 적어넣어 목에 건 것. 최근 들어 각광받는 저비용고효율 축하 방식이다.
개중 세 명의 중년여성이 한 세트처럼 움직였는데 자세히 보니 이들은 삼남매. '장안의 화제 미모의 세 자매 첫째 최옥순 졸업'이라는 화환띠를 목에 건 최옥순(68) 씨를 필두로 둘째 필순(66) 씨와 셋째 차순(61) 씨까지 나란히 서 있었다.
이들 자매는 보건복지경영과를 동시에 졸업해 기쁨이 세 배가 됐다. 칠남매로 태어난 이들은 가정 형편상 대학 진학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한다. 직장인, 주부로 생활하다 2020년 막내 차순 씨의 제안으로 수성대 보건복지경영과에 함께 입학한 터였다. 젊은 시절 남자 형제들의 학업이 우선이라 양보했던 세 자매의 대학 졸업을 누구보다 기뻐한 건 역시 남자 형제들이었다고 한다.
대학에 들어가기까지 곡절이 많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 했던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사그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한 막내 여동생의 권유도 있었다. '100세 시대'니까 앞으로 살아온 만큼, 살아갈 날이 더 많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아직 건강하니까 봉사도 하고, 인생을 알차게 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대학 학업이었다.
수성대 측은 세 자매가 학업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고 전해줬다. 서로 경쟁하면서 최고의 성적을 보였고 둘째 필순 씨의 경우 성적은 물론 보건복지경영과 주말반 대표로 리더십도 보여 졸업과 동시에 서구시니어클럽에 취업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녀의 나이 올해 66세다.
늦깎이 후배 만학도들의 롤모델이 된 필순 씨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었다.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 따서 남들은 퇴직할 나이인데 취업도 할 수 있었다"며 "독거노인 발굴하고, 복지 사각지대 찾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 노인들과 얘기하기 쉽고 접근하기에는 우리처럼 연륜이 있는 사람들이 낫다"고 말했다.
박선태 보건복지경영과 학과장은 "제2의 인생을 준비하거나 여러 가지 여건으로 뒤늦게 배움에 뛰어든 만학도들의 공부에 대한 열정은 배울 점이 많다"며 "대학 측에서도 만학도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 제공, 특별반 편성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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