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 독직폭행 무죄? 검·경, 법조계 갑론을박 지속

입력 2023-02-03 17:50:34 수정 2023-02-03 20:39:32

대구지검, 항소 이유 재차 설명 "진술만으로 체포, 위험한 수사방식"
경찰 전문가 "마약사범 체포 매우 위험…경찰활동 위축 우려"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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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인 마약사범 검거 과정에서 불필요한 폭행을 가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구 강북경찰서 경찰관 5명이 최근 1심서 무죄 선고를 받은 것을 두고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물론, 법조계와 지역사회 전반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1심 선고 직후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비판하는 입장문을 발표하자, 검찰도 지난 2일 기자 설명회를 열고 기소 및 항소 필요성을 재차 밝혔다.

검찰은 재판에 넘겨진 경찰의 체포 행위 자체가 위법했고, 지나치게 과격했다고 주장한다. 사건에 연루된 태국인들은 필로폰 판매 혐의로 구속된 다른 제보자의 진술만으로 체포됐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마약 사범들이 공급책에 대해 허위 또는 과장된 진술을 하고, 이후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험한 수사 방식이라는 것이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기소된 행위가 용인된다면 어떤 범죄든 제보자 진술만으로 체포하고 그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해도 된다는 부당한 결론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마약사범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경찰이 행사한 물리력이 과도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마약 수사에서 이렇게 처음부터 사람을 때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동영상을 봐도 격렬한 저항이나 도주 시도도 없었다"면서 "불법체류자가 아니라 주요 선진국 국민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신병을 확보했을 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반면 경찰 업무를 잘 아는 전문가들은 마약사범이라는 특성 상 다소 지나쳐 보일 수 있는 제압 행위도 일정 부분 용인해줄 필요성이 크다고 반박한다.

마약사범 3명을 검거하는 데 경찰관 5명이 출동한 상황이라면 경찰도 상당한 위험 부담을 안고 있는만큼 거칠게 체포하는 상황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또한 용의자들이 체포되는 과정에서 뚜렷한 상해를 입지 않았기에 검찰의 기소 판단은 아쉽다는 주장이다.

신성원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마약사범들의 경우 흉기를 소지한 경우가 많고, 체포 과정에서 가장 극렬하게 저항하는 편이라 실제로 다치는 경찰관이 많다"며 "이번 사건으로 경찰관들이 처벌을 받는다면 향후 경찰의 체포 행위가 극도로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조계의 의견도 엇갈린다. 검찰 출신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정상환 변호사는 "경찰관의 독직 폭행은 국제적으로 굉장히 민감하게 접근하는 사안"이라며 "상황을 정확히 봐야겠지만 수갑을 찬 상태에서 추가적인 물리력 행사는 문제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는 "상급심에서도 당시 체포 현장을 보여주는 영상자료 등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과 접근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면서 "경찰이 강제 수사 이전에 확보한 증거의 수준 등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