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대학 구조조정…"전문성 있나" 의구심

입력 2023-02-02 16:52:15 수정 2023-02-02 20:38:52

지역을 잘 아는 지자체의 주도적인 대학 지원 예산 배정
지역민들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는 것
지성의 전당인 대학 본연의 역할 도외시할지 모른다는 우려
선별 지원으로 선택받지 못한 대학, 낙오 속도 빨라질지도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1일 구미 금오공대에서 있은 제1회 인재양성 전략회의에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1일 구미 금오공대에서 있은 제1회 인재양성 전략회의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구축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교육부가 1일 '2조 원+α' 규모의 지역대학 지원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맡기겠다고 천명한 것은 지역 소멸 위기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인구 감소와 학령인구 감소로 경쟁력 약화 위기에 놓인 지역대학과 지자체에 합심을 당부하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장밋빛 청사진만 보이는 건 아니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 본연의 역할을 도외시할 수 있다는 우려에 더해 선별 지원이 선택받지 못한 대학의 낙오 속도를 앞당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23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수험생이 한 명도 지원하지 않은 전국 26개 학과 모두는 비수도권 대학에 있었다. 정시모집 경쟁률 3대 1에 못 미치는 대학은 68곳. 이중 59곳이 비수도권 대학이었다. 지역대학의 쇠락을 어렵지 않게 예측하는 배경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교육부가 꺼내든 카드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일명 라이즈(RISE)다.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지역대학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지자체는 지역의 기업 수요를 분석하고, 대학이 교육을 맡아 연계하는 방식이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지자체와 지역대학의 협업이다. 궁극적으로는 지역민들이 더 나은 교육 여건과 직장을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는 것이다.

특히 30개 안팎의 대학은 '글로컬 대학'으로 육성돼 인재 양성을 맡는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중심 역할을 하는 것도 물론이다. 지역의 교육 여건을 상향시켜 지역 거주 인구를 늘리고 인근 다른 대학의 성장도 촉진해 시너지 효과를 내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1일 구미 금오공대에서 있은 제1회 인재양성 전략회의에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1일 구미 금오공대에서 있은 제1회 인재양성 전략회의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구축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전문성에 의구심을 보이는 시각도 있다. 객관적 평가는 물론 교육 행정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을 거라는 관측이다. 교육부가 지자체에 교육협력관을 파견하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세부 사항은 불분명한 것도 걸림돌로 꼽힌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지역 필요 인력을 지자체장이 잘 아는 것과 별개로 대학의 구조조정까지 요구하는 것인데 사립대학 총장들도 하기 어려운 것이다. 현실적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학문도 생물이다. 필요한 전공이 뭔지 선택해 살릴 기준도 없다. 학문적인 부분의 성과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지자체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자체가 육성 대학을 직접 고르게 한 것이 선택받지 못한 대학의 쇠락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지자체가 관내 대학을 고르게 지원하지 않고 편중해 지원한다면 결국 대학의 서열과 도태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중앙정부가 지역 균형 발전의 책임을 방기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퇴출 대학이 자연스럽게 퇴출당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그것이 목적은 아니다"라며 "목적은 지역 대학과 지역의 동반 발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