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3년만 더 살아계셨다면 막내아들 당선되는 모습 보셨을 텐데…"
아버지, 어머니께 올립니다.
아버지는 1998년에, 어머니는 2011년에 돌아가셨으니 두 분을 하늘로 떠나보낸 지 10년이 넘어갑니다. 부모님과 떨어지기 싫어서 "학교 안 가고 엄마 아빠 따라서 같이 농사지을 거야"라고 투정부리던 막내아들이 이제는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나이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참 세월이 어찌 이리 무심히 흘러가는지….
생각해보니 저는 부모님의 사랑을 참 많이 받은 아들이었습니다. 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제가 갓난아기 때 큰 누나가 저를 업고 밭에 일하는 부모님께 새참을 갖다드리러 갈 때 제가 누나 머리에 인 새참 바구니를 잡아당겨 새참을 엎었던 일이 있었답니다. 그 때 부모님은 새참을 엎게 한 저를 탓하시기 보다는 "막내아들이 힘이 좋구나, 장하다"라고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살림이 워낙 가난해서 부모님이 농사일과 품팔이로 다섯 남매를 키우던 시절, 농사일이 끊기는 겨울에 아버지는 고무신을 신고 수십 리 길을 걸어 인근 철광석 광산에 가서 고된 광부 일도 마다않으셨지요. 그 때 아버지가 낫으로 언 발에 붙은 굳은살을 긁어 떼어내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렇게 자식들을 가르치려 노력하셨던 이유가 젊은 시절 글을 몰라 길가에서 신문을 읽던 사람에게 내용을 물어보니 "글도 모르면서 눈은 왜 달고 다니냐"고 면박당했던 기억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던 게 참 가슴아픈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덕분에 저는 마을에서 몇 안 되는 대학 진학자가 될 수 있었지요.
제가 잘 될 때마다 아버지, 어머니가 자랑스러워 하시던 모습은 지금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됩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전교 학생회장이 되었을 때 기억입니다. 그 때 어머니는 인근 마을에서 담뱃잎을 재배하는 집에서 일을 거들어주며 품삯을 받으시던 때였는데 어머니를 보러 하교 후 그 집으로 직접 갔었던 적이 있지요. 때마침 들어오던 담뱃집 아들이 저와 같은 학교에 다니더군요. 학생회장인 제게 고개를 조아리는 담뱃집 아들의 모습을 보며 어머니의 어깨에는 힘이 들어갔었지요.
제 덩치가 아버지보다 커지자 아버지는 저를 어디 내 놔도 자랑스러운 아들이라며 자랑스럽게 저를 데리고 다니셨죠. 초등학교 입학할 때 덩치 크고 나이 많은 동급생에게 치여서 기를 못 펴다가 4학년 때 학교 대표 축구선수가 되자 아버지는 저를 자랑스러워하시며 없는 살림에 운동화까지 사 주셨죠. 그러면서 동네 인근에서 술 한 잔 걸치다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나가면 "너, 박왕규 아니?"라고 물어보셨다죠. 그래서 안다고 하면 사탕도 하나씩 사 주셨다고 하셨던 이야기도 기억납니다.
이처럼 아버지, 어머니는 갖은 고생 다 하시며 저를 키워주셨는데 저는 그에 맞게 보답을 해 드렸는지 반추하고 반성합니다.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다가 돌아가시기 전 어머니의 병상에 찾아갔었지요. 그 때 간병하던 작은 누나가 "왕규 불효자지?"라고 하자 어머니는 "아냐, 효자야"라고 하셨죠. 그 때 저는 하염없이 눈물이 났습니다.
어머니를 끌어안고 우는 것 밖에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음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2014년 처음으로 구의원에 당선됐을 때 어머니 생각이 참 많이 났습니다. 3년만 더 살아계셨다면 자랑스러운 막내아들이 당선되는 모습을 보셨을텐데….
이런저런 일들로 잠 못 이루는 요즘, 저는 부모님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잠이 들곤 합니다. 부모님만 생각하면 근심걱정이 사라지면서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려 하니 부모님은 이제 옆에 안 계시니 마음이 아플 따름입니다. 제가 지금처럼 열심히 살게 된 것 모두 부모님의 가르침과 사랑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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