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K드라마와 대장동 드라마

입력 2023-02-03 14:05:26 수정 2023-02-03 19:09:59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공연문화전문가)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공연문화전문가)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공연문화전문가)

미국의 방송드라마에 대한 권위 있는 상인 에미상 6개 부문을 석권한 넷플릭스 K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냉혹한 자본 경쟁의 기형적인 세계와 양극화된 현상을 담아내면서 세계 무대로 진입했다.

막대한 수익보다도 대한민국 문화의 격(格)과 위상(位相)이 달라졌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드라마뿐인가. 영화와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와 윤여정, 이정재, 봉준호 등은 세계에서 한국 문화를 상징하는 그 자체다. 요즘은 김은숙 작가의 '더글로리'와 강수연 배우의 유작인 '정이'가 K콘텐츠 1, 2위 상한가를 달리며 세계의 시선을 '심쿵'거리게 만들고 있다.

드라마를 상상력으로 채우면서도 현실의 부조리와 모순을 타격해 내는 스토리 라인의 장면 속도와 등장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작가의 상상력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K드라마가 현실과 비현실 세계의 경계에 있는 스토리라면 '대장동 드라마'는 현실판 국민 드라마였다. 요즘 야당 대표의 검찰 소환으로 쌍방울, 대북 송금,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이 재점화되면서 정치권발(發) 국민 드라마 편성이 늘어나고 있다.

측근들 구속으로 진술은 작가적 상상력이 넘쳐나고 등장인물도 주조연에서 단역까지 웬만한 드라마 줄거리 못지않게 구성이 탄탄하다. 대장동 드라마 시즌 1 스토리는 유동규 구속 전까지의 사태와 법정 진술의 공방을 다루면서 대장동 사태의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

최고 시청률 드라마는 유행어를 만든다는 것을 입증했다. 한때 국민 유행어가 된 광고 카피는 '부자 되세요'였다. 패러디한 '화천대유 하세요'라는 조롱의 유행어로 대박을 터트렸다. K드라마보다도 숨 막히는 극적인 긴장감은 국민 시청률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재미의 핵심은 국민 드라마 대장동 사태의 장면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말들의 전쟁과 반전이었다. 희한하게 돈은 넘쳐나는데 주인이 없었다. 1%의 지분율을 가지고 4천억 원 이상 막대한 이익을 분배한 '화천대유자산관리' 관계사 천화동인 7호들의 수익률과 1호 '그분'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은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연극과 드라마의 '플롯'은 작가가 그리는데 대장동 개발 '플랜'의 저작권 논쟁은 밝혀지지 않은 채 시즌 1을 끝냈다. 국민은 아쉬워했다.

시즌 2는 등장인물들의 말들의 전쟁이 펼쳐지며 반전의 칼날을 다루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검찰 출석과 최측근들의 구속 사태, 유동규, 김만배, 남욱, 정영학 등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천화동인 1호의 주인공 '그분'의 진실을 밝혀내는 극적인 긴장감을 다루고 있다.

시즌 2를 재밌게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는 수두룩하다. 쌍방울과 대북 송금, 위례신도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대장동 드라마의 보조 스토리 라인은 대하드라마 수준으로, 구성부터가 다르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스토리 축은 '그분'을 주인공으로 다루고 있다. 그분의 뇌관(雷管)이 터지면 국민 드라마를 넘어 K드라마로 긴급 편성할 수 있을 것이다. 제목은 '코리아 사법 리스크'가 되지 않을까.

향후 총선과 장기적인 대선의 길목으로 이어지는 정치권의 지형도를 바꿀 수 있는 폭발물이 점화되고 있고, 국민은 대장동 사태와 대하드라마 사법 리스크의 주인공과 그분의 비밀을 밝혀내는 종방을 기다리고 있다. 김성태와 유동규 입으로 그분의 실체가 모락모락 흘러나오며 여전히 소설과 현실 사이에서 극적인 반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 '그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