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에너지 효율화가 절실하다

입력 2023-02-13 09:46:39 수정 2023-02-13 16:45:43

박무흥 한국전력 대구본부장

박무흥 한국전력 대구본부장
박무흥 한국전력 대구본부장

'전기는 국산이지만 원료는 수입입니다'라는 문구가 최근의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인해 너무나 실감 나게 느껴진다.

1970, 80년대의 오일 쇼크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최근 3년간 LNG 가격은 무려 26배, 석탄 가격은 8.3배, 두바이 유가는 5.5배나 급등해 버렸다. 이러한 연료 가격의 상승은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를 불러일으켰으며 우리나라의 에너지 시장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연료 가격 급등이라는 폭탄을 그대로 얻어맞은 한국전력은 2022년도(3분기 기준)에만 20조 원이 넘는 영업 적자에 직면했고, 이는 평년도 차입 규모의 5배에 달하는 43조 원의 회사채 발행으로 이어져 우리나라 채권시장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한국전력은 이런 사상 초유의 재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내부적으로 자산 매각, 비용 절감 등 고강도의 자구 노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외부적으로는 국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단계적인 전기 요금 정상화를 시행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압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해 본다면, 가정과 빌딩·공장 등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수요를 줄임으로써 가격을 안정시키는 '에너지 효율화'가 그 무엇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이미 공공기관들은 올겨울 에너지 사용량 10% 절감을 목표로 하는 등 에너지 효율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공공 부문의 솔선수범만으로는 유례없는 비상 상황을 헤쳐 나가기가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공공 부문의 약 8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소비하는 가정과 상가, 공장 등 민간 전 부문에서 에너지 효율화 사업의 동참이 절실히 필요한 까닭이다.

한국전력 대구본부에서는 작년에 농축산 부문의 에너지 효율을 유도하기 위해 농협중앙회 경북지역본부와 협업하여 직전 2개년 평균 전력 사용량 대비 5% 이상 절감에 성공한 고객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NH-KEPCO 함께 Green E모작' 사업을 추진하였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용량 절감 방법 교육, 사용량 증감 알림, 다소비 농가 방문 컨설팅 등을 통해 약 9.6GWh의 에너지 절감 성과를 이루었고, 이는 영천시 전체 가구의 1개월치에 해당하는 전기 사용량이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올해는 경북 북부 지역으로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한국전력은 주택용 고객을 대상으로 직전 2개년 평균 사용량 대비 3% 이상 절감하는 경우 절감량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에너지 캐시백 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고효율 인버터, 고효율 변압기, LED 조명 등 19종의 기기를 대상으로 기기 교체 시 보조금을 지원하는 '고효율 기기 교체 지원 사업' 등 에너지 효율을 유도하는 다각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언제나 위기 앞에서 더욱 단합된 모습을 보였던 우리 국민의 저력으로, 올겨울 전례 없는 에너지 위기 또한 너끈하게 이겨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