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환·민서원 '인그리드' 대표 "한국의 대표적인 '니치 향수' 만들고 싶어요"

입력 2023-02-12 12:30:00 수정 2023-02-12 17:14:40

"제 이름을 단 향 만들고 싶어 창업"…SNS 포함 다양한 경로로 입소문
지환 씨가 제조 서원 씨는 마케팅…매일신문에 어울리는 향 '레이지 문'

대구 중구 동인동
대구 중구 동인동 '인그리드'를 운영하는 민지환, 민서원 남매가 시향지를 통해 향을 체크하고 있다. 이화섭 기자.

'향'이 쓰이는 곳은 너무나도 많다. 향수나 화장품은 물론이고 사탕과 껌 등의 식품에도 향료가 사용된다. 요즘은 인테리어 또는 집안 분위기 전환을 위해 방향제나 향초를 쓰는 경우도 많고, 장소를 기억시키기 위해 마케팅 용도로 향을 이용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익숙한 향들은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이 개발한 것들이다.

대구 중구 동인동의 한 주택가에 자리한 '인그리드(INGRID)'라는 곳은 독자적으로 향을 개발해 제품을 만드는 젊은이들이 만든 브랜드이자 향 관련 제품을 파는 가게다. 오빠인 민지환(29) 씨와 동생 민서원(27) 씨가 함께 운영하는 '인그리드'는 동인동에 가게를 연 지는 1년밖에 안 됐지만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을 포함해 다양한 경로로 입소문을 타며 주목받고 있다.

'인그리드'라는 상호명이 나온 이유가 꽤 독특했다.

"처음 제품을 만들 때 직접 디자인을 해 보려고 했죠. 그래서 포토샵과 같은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하려 하니 어떻게 써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그저 화면에 있는 격자(그리드)만 하염없이 쳐다보는데, '저 격자 안에 우리들의 향을 넣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만의 향을 품었으면 좋겠다'는 의미까지 담아 '격자 안'이라는 이름으로 '인그리드'라고 가게 이름을 만들었어요."(민지환)

남매 중 오빠인 지환 씨는 향을 만들고 동생인 서원 씨는 디자인이나 마케팅 쪽을 맡는다. 지환 씨는 대학생 때 어머니가 아로마테라피 관련 교육을 받는 걸 보고 호기심에 접했다가 조향사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기업체의 취업 제안도 많았지만 굳이 창업의 길을 택한 이유는 '나만의 향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같은 종류의 향료들을 배합하지만 각각의 양이 0.01㎖만 달라져도 다른 향이 돼 버려요. 그래서 항상 결과물을 예측하기가 어렵죠. 1㎖ 샘플을 만드는 데 반나절이 걸릴 정도로 정성이 들어가는 작업이고요. 그래서 고생해서 만든 향이 기업의 이름으로 나가는 것보다 제 이름으로 나가는 게 더 낫겠다 생각했죠."(민지환)

"제가 마케팅을 맡고 오빠 친구 중 한 명이 디자인을 같이 해요. 오빠가 만든 향을 알리는 가장 손쉬운 제품을 고민하다가 나온게 스프레이 제품이에요. 섬유 스프레이나 바디 스프레이처럼 뿌렸을 때 은은한 향이 나는 제품들이죠. 제품 개발할 때 오빠가 아이디어를 내면 제가 이것저것 질문해서 구체화시키는 방식으로 진행해요. 많이 투닥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차분히 이야기하다보면 그림이 그려지죠."(민서원)

향을 만드는 작업이 워낙에 집중력을 요하는데도 두 남매의 성격도 차분한 편이어서 지금의 동인동 주택가의 사무실을 겸한 매장이 그들에게는 안성맞춤인 곳이라고. 두 남매의 꿈은 '조 말론'이나 '딥디크'처럼 한국에도 '니치 향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아마 직접 향수 브랜드를 만들게 되면 다른 브랜드를 쓸 지도 몰라요. '인그리드'가 젊은 층을 겨냥하는 브랜드라면 니치 향수 브랜드가 되면 또 다른 감성으로 만들어질거예요."(민서원)

"'인그리드'는 향기에 모든 걸 담고 싶어하는 브랜드"라고 설명하는 두 남매에게 매일신문에 어울리는 향기를 추천받았다.

"제가 개발한 향 중에 '레이지 문'이라는 이름의 향이 있어요. 앰버(보석의 일종인 호박의 이미지를 채용해 만든 인공향), 바닐라, 우디(나무나 숲을 연상시키는 향) 향을 조합해서 만들었는데, 아침에 받아본 신문을 열었을 때 나는 신문용지와 잉크가 함께 만들어내는 신문 특유의 냄새가 연상되더라고요."(민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