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TK 공천은 TK가 해야 한다

입력 2023-02-01 18:08:33 수정 2023-02-01 19:27:11

이창환 정치부장
이창환 정치부장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대구경북(TK) 공천이 벌써 관심이다. 선거가 1년이 넘게 남았지만 정치권 호사가들은 "'○○○ 국회의원'이 물갈이 1호가 될 것이고, '○○○ 국회의원'은 정권 핵심층과 두터운 관계로 살아남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현재로선 터무니없는 헛소문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다.

매일신문이 최근 TK 국회의원 25명을 대상으로 각 지역구별 만족도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대구 의원 12명 중 만족도 40%대 8명이었고, 30%대 3명이었다. 경북 의원 13명 중 60%대 1명, 50%대 5명, 40%대 2명, 30%대 4명이었다. 당 지지율을 넘어서는 의원은 대구경북을 합쳐 단 1명에 불과했다. 당 지지율로 공천 여부를 결정하면 살아남을 의원은 단 1명뿐이라는 얘기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불을 지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눈치만 보는 TK 의원들을 물갈이해야 한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동시에 "서로 눈치나 보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재선 이상' 의원들은 교체해야 한다"며 선수까지 콕 집었다. 평소 소신이라고 밝혔지만 정권 핵심부의 기류를 읽은 홍 시장이 고도의 계산된 발언을 했다는 의구심도 있다. 홍준표식 판 흔들기라는 얘기다.

역대로 TK 의원 교체율은 평균 44%였다. 대구와 경북을 나눠 보면 대구의 교체율이 더 높아 절반가량 물갈이된다. 내년 총선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내년 공천은 대통령실과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선되는 당 대표를 포함해 권력 핵심부에서 한다. 문제는 대통령을 비롯해 유력 당권 주자들이 TK를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같은 영남권으로 분류하지만 TK와 PK(부산경남)의 정치적 감수성은 다르다.

역대 비(非)TK가 주도한 TK 공천이 성공적이었던 적이 없었다. 가깝게는 2020년 총선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주도한 TK 공천도 실패였다. 공천심사위원회에 TK 인사가 1명도 없었다. 현역 의원을 솎아 낸 빈자리를 두 사람이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 지역 여론이 발칵 뒤집어지자 부랴부랴 일부 지역을 단수 공천에서 경선으로 바꿨다. TK에서 촌극이 벌어지는 동안 수도권 당 지지율은 더 떨어졌다.

좀 더 과거로 올라가자.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틀어쥔 15대 총선에서 여당이 TK에서 참패했다. 대구 13석 중 신한국당 2석, 자유민주연합 8석, 무소속 3석이었다. YS에 비판적인 'TK 정서'가 강한 데다 낙하산 공천까지 마음에 들지 않자 TK는 YS를 거칠게 돌아섰다.

내년 총선에도 비TK 그룹이 TK 공천을 할 것이다. 돌아가는 국면을 보면 지난 총선 공천과 대동소이할 가능성이 크다. 현역 의원을 잘라낸 뒤 실력자들이 자기 사람 심기에 열을 올린다는 얘기다. 지역사회의 인물평은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지난 칼럼에서 몇 차례 썼지만 개인적으로 역대 최고의 TK 공천은 17대 공천으로 본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었고, 김문수 공관위원장이 주도했다. 주호영(44), 주성영(46), 이명규(48), 최경환(49) 등 40대 신진 인사를 대거 공천했다. 1년 뒤 비례대표이던 유승민(47) 의원도 대구로 자리를 옮겼다. 개혁 공천이면서 혁신 공천이었다. 이후 사석에서 만난 김문수 위원장은 "박 대표가 공천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인물됨과 능력만 보고 공천을 했다"고 밝혔다. 내년 선거 공천 주도 그룹이 귀담아듣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