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에 '쌩'…우회전 전용 신호등인 줄 몰랐어요

입력 2023-01-29 16:19:53 수정 2023-01-29 20:31:45

[르포] 우회전 전용 신호등 단속 계도 현장 가보니
일시 정지 구간 인지 못하고 전방 차량 가는 대로 따라가
한 시간 동안 차량 3대 위반…경찰 "3개월 추이 보고 단속"

29일 오후 대구수목원 삼거리에 설치된 우회전 신호등. 우회전 차량들이 화살표 모양의 초록불로 바뀌자 통행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29일 오후 대구수목원 삼거리에 설치된 우회전 신호등. 우회전 차량들이 화살표 모양의 초록불로 바뀌자 통행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어머, 앞 차 따라가다가 신호등을 못 봤어요."

27일 오후 2시 달서구 대구수목원 삼거리에서 우회전 전용 신호등을 무시한 채 지나가던 차 한 대가 경찰의 제지로 갓길에 멈춰 섰다.

단속에 나선 달서경찰서는 "방금 보행자 횡단보도가 녹색이었고 우회전 전용 신호등까지 있는 구간이라 반드시 일시 정지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차량 운전자 A(38)씨는 "여기 우회전 전용 신호등이 있는 줄 몰랐다"며 "앞으로 좀 더 신경 써서 운전하겠다"고 말했다.

10분 정도 지나자 다른 승용차 한 대가 또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지나갔다. 경찰이 창문을 내리고 계도에 나서자, 단속에 걸린 B(50)씨는 "우회전 전용 신호등은 보지 못했고 그저 앞의 트럭이 가는 대로 따라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앞의 차는 우회전 신호가 적색으로 바뀌기 전이었지만, 그 뒤 차부터는 바뀐 후라 멈췄어야 한다"고 알렸다.

이날 달서경찰서 경찰 4명이 순찰차 4대를 세워놓고 공개적으로 단속했음에도 한 시간 동안 3대의 차량이 신호 위반으로 적발됐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우회전 전용 신호등이 적색일 때는 반드시 멈춰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이를 위반하는 차량이 많다. 계도 기간에도 보행자 사고를 내는 등 위법 행위는 단속 대상이라 운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22일부터 교차로에서 전방의 차량 신호가 적색일 때 우회전하려는 차량은 반드시 일시 정지해야 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시행됐다. 이 법에 따르면 우회전 전용 신호등이 설치된 곳에서는 녹색 화살표 신호가 켜졌을 때만 우회전할 수 있다.

이는 작년 7월 시행됐던 도로교통법 개정안과도 다르다. 지난해 개정안은 횡단보도에서 횡단하려는 보행자가 있을 때 정지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지만, 이번 시행규칙은 보행자가 없어도 우회전 시 전방 신호가 적색이면 무조건 일시 정지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위반 행위가 적발되면 승용차는 6만원, 승합차는 7만원의 범칙금과 벌점 15점이 부과된다. 벌점이 40점 이상이면 1점당 1일씩 면허가 정지되고, 1년에 121점을 초과하면 면허가 취소된다.

경찰이 이처럼 우회전 관련 규정을 강화한 건 우회전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가 잦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9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우회전 교통사고는 5만6천여건이 발생해 400명 이상 사망했다.

같은 기간 대구에서도 총 9명의 사망자가 나왔으며, 부상자도 2019년 268명, 2020년 221명, 2021년 246명으로 매년 200명이 넘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계도 기간에는 홍보에 중점을 두고 범칙금 부과를 자제할 것"이라면서도 "심각한 사고를 유발한 위법 행위에 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며 3개월간 추이를 보고 집중 단속을 할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7일 오전 2시 대구 달서구 유천교 방면에서 오던 차량 한 대가 수목원 삼거리에서 우회전 신호를 위반해 경찰로부터 안내를 듣고 있다. 윤수진 기자.
27일 오전 2시 대구 달서구 유천교 방면에서 오던 차량 한 대가 수목원 삼거리에서 우회전 신호를 위반해 경찰로부터 안내를 듣고 있다. 윤수진 기자.

※우회전 관련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 내용= 운전자는 우회전 전용 신호등이 설치된 곳에선 녹색화살표 신호에만 우회전 가능. 우회전 전용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은 곳에선 차량 신호등이 적색일 때 반드시 일시정지한 후 우회전. 대구에 설치된 우회전 전용 신호등은 현재 10곳으로, 앞으로 단계적 확대.